피고인석에 선 양승태 "공소사실, 소설 같은 이야기"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부인
"부적절 측면 있을 수 있어도 직권남용·직무유기 아냐"
고영한 "가슴 미어져…선입견 걷어내고 봐달라"
  • 등록 2019-05-29 오후 3:04:01

    수정 2019-05-29 오후 3:04:01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왼쪽) 전 대법원장, 고영한(가운데), 박병대(오른쪽)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사들이 정력적으로 공소사실을 말했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근거가 없고 어떤 건 소설·픽션 같은 이야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양 전 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또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에서 양 전 원장 등의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공소사실을 1시간 반 이상 설명했다.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 됐다.

양 전 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이날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두고 양 전 원장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구체적인 개별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 일체에 대해 다투는 취지”라며 간단히 의견을 말했다.

반면 고 전 대법관은 “제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냈던 법원의 형사법정에 서고 보니 이루 말씀을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며 운을 뗀 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에 대해 참으로 송구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무엇보다 저의 가슴을 천근 만근 무겁게 하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이 사법부에 가지는 신뢰가 전례없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라면서 “재판을 통해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사후에 보기에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 있어도 곧바로 형사범죄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볼 수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판사님께서 일방적 시각의 언론보도를 접하며 갖게 됐을지도 모르는 선입견을 걷어낸 상태에서 저의 간절한 말에 귀 기울여 달라”며 “과연 형사법정에 이를 수준으로 권한을 남용해 후배 법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들을 시킨 것인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인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취재진을 비롯한 수십명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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