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싱크홀’…공사·감독·대책 ‘부실종합세트’

서울시 “석촌지하차도 동공은 삼성물산 부실공사 탓”
도로함몰 특별대책 마련..20년 이상 된 노후하수관 보수
연간 1000억 규모 예산 부족.."중앙정부 지원 나서야"
  • 등록 2014-08-28 오후 5:07:43

    수정 2014-08-28 오후 5:07:43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서울시가 석촌 지하차도 동공(빈 공간)의 발생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공사(시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부실 공사를 지목한 가운데 시의 부실 감독과 미흡한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와 원인 규명 조사단은 28일 서울시청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삼성물산이 지하철 터널 공사 과정에서 토사량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지반보강을 충분하게 하지 못하는 등 부실공사를 한 것이 싱크홀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2000억원 규모의 지하철 공사를 발주하면서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서울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도로함몰 특별대책’도 대규모 예산 지원과 법 개정 등 중앙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 “서울시 조사결과 존중…책임지고 복구할 것”

이날 서울시와 조사위는 삼성물산이 터널 굴착 시 동공 발생 가능성을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사전에 인지했다는 사실과 같은 공법으로 공사 중인 충적층(모래·자갈) 전 구간(807m)을 시추조사(26개소)한 결과 다른 곳은 동공 등 이상 징후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성물산의 부실공사를 동공 발생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에 따르면 석촌 지하차도 지역은 한강과 근접해 있어 무너져 내리기 쉬운 모래·자갈의 연약지층이 형성돼 있다. 특히 지하차도로 인해 다른 구간(12~20m)에 비해 상부 지층 두께가 약 7~8m로 낮아 무너질 위험성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도 삼성물산은 실드 공법에서 가장 중요한 토사량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인 실드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하차도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당초 예측한 굴착량(2만3842㎥)보다 14% 많은 토사를 파냈다.

또한, 지반보강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은 지하차도에 많은 구멍을 뚫어야 하는 제약조건 때문에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채움재를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 대신 터널 안에서 채움재를 주입하는 ‘수평 그라우팅’으로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부실한 시공 탓에 흙이 쏟아졌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와 조사단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며 “저희가 관리하는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서울시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시는 삼성물산이 부실공사의 책임을 지고 복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공사가 턴키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턴키방식은 시공사가 조사, 설계부터 기기 조달, 건설, 시운전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으로, 시공사가 공사구간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사감독은 감리사가 맡는다.

그러나 시는 지난해 이러한 턴키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원칙적으로 턴키 발주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공사 계약은 그 이전에 이뤄지긴 했지만, 시가 시공사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석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 본부장은 “자체감사를 통해 시공사의 업무 태만과 감리사의 감독부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의 책임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행, 별도의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된 노후하수관 보수…“부족한 예산은 중앙정부 지원 필요”

이날 서울시는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하수관 등 지하 매설물 손상 △도로 불량시공과 지하공사 부실관리 △굴착공사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 등을 꼽고 △노후 하수관 관리강화 △굴착공사장 관리강화 △지하수의 체계적 관리강화 등을 골자로 한 특별대책을 마련·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시내 도로함몰은 연평균 681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시는 도로함몰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후화된 하수관을 지목하고 오는 2021년까지 5000㎞(연평균 680㎞)의 노후 하수관을 특별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년 이상 된 노후하수관에 대해서는 보수·보강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 여부가 관건이다.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어 부족 예산액이 연 1000억원 규모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는 예산 부족분은 국비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부의 신속한 협조 없이는 대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의 경우 동공 발생과 지하수위 저하가 도시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전문가는 “싱크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도시화에 따른 지반 조사 자료, 지중 매설물 정보, 터널 및 굴착 시공 정보 등을 통합·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울시가 이미 보유한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분석해 싱크홀뿐 아니라 지진·산사태 등 재해에도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 ‘싱크홀 대책’ 서울시, 20년 이상 된 노후하수관 보수
☞ 서울 석촌동 싱크홀 발생 원인 놓고 날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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