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두가 쉬쉬하는 모바일게임 순위 조작 의혹

  • 등록 2019-12-26 오후 3:48:08

    수정 2019-12-26 오후 3:56:41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저 게임 한 달 뒤면 순위권에서 내려갈 거에요. 그리고 곧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게임을 내고 바로 상위권에 진입할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하고 대대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펼쳐, 단숨에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진입한 한 게임을 지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가요계 ‘음원 사재기’ 의혹처럼 게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오랜 세월 업계에 몸담은 복수의 종사자들에게 해당 의혹을 확인하니, 모두가 ‘정황과 의심뿐이나 분명히 순위 조작 세력은 존재한다’고 한결같은 답변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익명을 전제로 한 제보를 종합해보면, 모바일게임은 보통 인앱 결제를 통한 수익이 매출 순위로 직결되는데, 발생한 매출을 그대로 다시 내부 직원이나 이른바 ‘작업장’으로 돌려 다시 인앱 결제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순위 조작이 이뤄진다.

실제 이용자들을 통한 매출이 아닌 ‘자가발전’을 통한 매출 끌어올리기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비용은 공식적으로는 마케팅 비용의 한 부문으로 처리되며, 누군가 고발하지 않은 이상 밝혀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면 왜 종사자 대다수가 존재한다고 믿는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조작 의혹을 누구 하나 나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일까.

혹자는 그 대상이 중국 게임사 또는 퍼블리싱(서비스)을 담당하는 대형 게임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해 유리할 것이 없으며, 개발과 서비스 혹은 지분 투자 등으로 얽히고설킨 국내 게임사끼리 얼굴 붉혀 좋을 일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운 게임사가 적지 않다는 말로도 들린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한 가수가 다른 유명 가수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나도 ○○○처럼 음원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고 폭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후 거론된 가수들과 폭로한 가수 사이의 법적 공방이 불거졌고, 정부 기관과 음원 순위 집계 회사에 대한 공식 조사 요청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처럼 용기 있는 폭로나 제보가 있어야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앱 마켓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구글이나 애플 등이 먼저 나서 해당 문제를 파헤칠 가능성은 적다. 이미 업계에 공론화된 논란거리라면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게임산업협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전수조사를 할 명분은 있다고 본다. 새해에는 모두가 쉬쉬하는 게임업계 순위 조작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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