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중 차에서 뛰어내려 숨진 남편…운전한 아내 `유기`는 실형

1심, 유기치사죄 적용 징역 1년 6월 선고
항소심, 주행 중 조수석 문 열리는지가 쟁점
현장검증 실시한 2심, `치사`외 `유기`는 인정 실형 불가피
  • 등록 2019-11-07 오후 3:43:00

    수정 2019-11-07 오후 3:43:00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시속 60㎞로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 남편이 숨졌다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아내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박모(53)씨의 항소심에선 주행 중 조수석 문을 열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등 `직접 증거`가 없는 탓에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직접 현장검증까지 실시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7년 7월 22일.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이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도로 위에 쓰러져있는 박씨의 남편 A씨를 발견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으로 혼수상태에 있다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와 A씨는 사건 발생 전날 경기 김포시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아반떼 차량에 올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50%였던 박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운행 중 이들은 집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화를 참지 못한 A씨가 조수석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검찰은 A씨가 차에서 뛰어내린 것을 알고도 이를 방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박씨에게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유기치사죄는 질병 등으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보호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해 사망한 경우 성립한다.

1심은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씨는 “차를 완전히 세운 뒤 남편을 내려줬고 자동잠금기능(오토락)이 있어 주행 중에는 조수석 문을 열고 뛰어내릴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과 박씨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재판부가 직접 나섰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검사, 변호인, 박씨 등과 지난 7월 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요트 선착장 인근 주차장에 모여 당시 박씨 부부가 탑승했던 차량이 주행 중 문이 열리는지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검증 결과 시속 15km를 넘으면 손잡이 윗부분에 있는 잠금장치 `노브`(knob)만 해체해서는 문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노브와 손잡이를 동시에 잡아당겼을 때 문을 열 수 있었다. A씨가 노브와 손잡이를 함께 열었다면 충분히 뛰어내릴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7일 박씨의 유기 사실(유기죄)과 음주운전만을 유죄로 인정,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차량을 세워 A씨를 내려줬다`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 “내려준 지점의 CCTV를 살펴보면 A씨가 차에서 내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유기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A씨가 1분 만에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돼 구조된 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던 점 등을 이유로 `치사`(致死)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 죽음의 책임을 박씨에게 법적으로 물을 수는 없더라도 (유기로 인해) 사망한 이상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보석으로 잠시 석방된 박씨는 선고 직후 “뛰어내린 사실이 없다”고 흐느꼈지만 법정구속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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