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배우자의 불륜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교적 폭넓게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엄격한 증빙이 요구됐던 간통죄 형사재판과 달리 배우자와 불륜 상대방이 주고받은 메시지 등 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 증거만으로도 ‘부정행위’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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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중인 줄 알았다” 변명도 안 통해
소송을 당한 불륜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사실상 별거 중인 것으로 알았다”는 주장을 펴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손해배상 책임 인정 시엔 별다른 고려요소가 되지 않는다. 결혼 8년 차로 슬하에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던 E씨는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 F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1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F씨는 법정에서 “E씨 남편이 아내와 사실상 별거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불륜 책임·현재 상태도 배상액 책정 시 고려
불륜의 대상이었던 배우자의 책임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 25년 차로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해외에 체류하던 G씨는 한국에서 혼자 머물던 남편이 대학원생 H씨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H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G씨 부부는 부적절한 관계가 종료된 후 H씨를 향해 “스폰녀”라고 지칭하며 제공 받은 선물의 반환과 금전적 배상을 요구했다가 명예훼손과 협박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법원은 “H씨보다 G씨 남편에게 불륜 행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한정했다.
이혼소송 전문인 양나래 변호사(법무법인 라온)는 “형사범죄로서 엄격한 증명이 필요했던 간통죄와 달리 민사소송인 상간자위자료소송에선 부정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고 있다”며 “‘보고 싶다’ 등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정도만으로도 부정행위로 인정돼 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