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재역전?…도시바, 한미일연합에 반도체 매각 결정(종합)

6월 말 우선협상 대상 선정됐으나 美WD에 '발목'
다시 잡은 협상 기회…변수 많아 재무산 가능성도
  • 등록 2017-09-20 오후 2:50:30

    수정 2017-09-20 오후 2:50:30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을 둘러싸고 SK하이닉스(000660)가 재역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도시바가 2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와 미국 헤지펀드 베인캐피털이 주축인 ‘한미일연합’에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매각기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도시바는 조기에 최종 계약까지 간다는 계획이다.

도시바는 협력 관계를 이유로 타 회사로의 매각을 막고 직접 인수를 모색한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의 제안도 막판까지 고민했으나 결국 더 좋은 조건을 내건 한미일연합을 낙점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결과는 알 수 없다. 도시바는 지난 6월 말에도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WD가 일본 욧카이치(四日) 공장 지분을 이유로 법원에 타 회사로의 매각중단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한 끝에 한미일연합과의 협상은 무산됐다. 도시바는 8월 말 돌연 WD로 매각 대상을 낙점하며 사실상 우선협상에 돌입했다. 또 한미일연합, WD은 물론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도 동시에 협상하겠다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현지 언론도 낙점은 됐다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도시바는 최종 계약을 맺으면 WD, 폭스콘과의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최종 계약 전까진 결정을 다시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미일연합은 SK하이닉스와 배인캐피탈 외에 일본 정부측 자본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은행 등이 총 2조엔(20조원)을 투입한다는 기존 계획에 미국 애플과 델 등도 끌어들였다. 도시바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를 투자자로 끌어들임으로서 시너지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WD와의 소송전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일단 계약을 맺은 후 소송 위험이 일단락 되면 일본 정부측 자본과 일본 대형 은행도 한미일연합에 끌어들인다는 게 도시바의 구상이다. 도시바 스스로도 신생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일부 남겨놓고 일정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측 합계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유지해 결의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주거래은행들은 도시바가 9월 이내에 반도체 매각 본계약을 맺지 않으면 자금줄을 축소하거나 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 특성상 자금줄이 끊기면 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한다. 더욱이 각국 반독점금지법 심사가 6개월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이달 본계약을 맺어도 실제 인수대금은 2018년 3월에나 투자된다. 조금만 늦어져도 회계연도 2개년 연속 채무초과로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도시바가 시간에 쫓긴다는 건 현재로선 SK하이닉스측에 호재다. 이제 와서 다시 한미일연합과의 협상 대신 WD과 미 헤지펀드 KKR와 매각 협상을 벌일 시간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매각 성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위기다. 도시바는 WD와의 협상 과정에서 각국 반독점금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이유로 WD의 지분취득이나 경영권 개입을 묶으려 했다. WD는 지분취득 없인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주식 매입 시점을 앞당기려 했다. SK하이닉스도 WD처럼 동종업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같은 딜레마가 있다. 또 앞선 협상에 발목을 잡았던 WD와의 소송 리스크도 여전하다. 애플·델이 실제 투자에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한편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반도체 업계 지형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가 집계한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 36.7%, 도시바 17.2% WD 15.5%, SK하이닉스 11.4%, 마이크론 11.1% 순이었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단순 합산 점유율은 28.6%로 독보적인 2위가 될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뒤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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