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피해 속출하는데..뒷짐진 공정위

자동차 피해상담 4년간 2904건 속출..교환·환급 6.9% 불과
'4회 하자 생겨야 무상수리·교환 가능' 공정위 고시 문제
소비자들 "차량 1회 결함만 생겨도 대형사고 우려"
소비자원·공정위 '고민중'..시민단체 "소비자대책 시급"
  • 등록 2016-06-22 오후 4:32:59

    수정 2016-06-22 오후 4:32:59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3월말 소형차 폭스바겐 폴로를 구입한 박모씨(35·수원)는 구입 두달 만에 엔진 오일이 새는 결함을 발견했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시동이 자주 꺼졌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서비스센터를 찾아 수리를 받은 뒤에도 운전 중에 시동이 수차례 꺼졌다. 박씨는 교환·환불 등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 “세차례 수리를 한 뒤에도 하자가 생겨야 가능하다”는 답변 때문이다. 박씨는 “불안해도 목숨을 담보로 불량차를 계속 타라는 말이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지만 교환·환불 등의 실질적인 피해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정책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1년째 대책 마련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2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외 업체 관련 자동차 피해 상담은 최근 4년간 2904건에 달했다. 2013년 837건, 2014년 998건, 2015년 731건, 2016년(5월까지) 338건으로 매년 수백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상담 이후 교환·환급을 받는 경우는 4년간 199건(6.9%)에 불과하다. 구두 상담만 받고 끝나는 ‘정보제공’이 1210건(41.7%)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업체로부터 교환·환불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비로 폭스바겐 골프 차량을 수리한 어숭규(39·수원)씨는 “결함이 발생해도 AS는 엉망이고 소비자원이나 정부는 실질적인 도움을 못 주니까 자비로 수리하거나 접수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현행 피해구제 규정이 교환·환불을 받기 힘들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1년 이내에 안전 관련 중대 결함이 발생해 3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4회째)한 경우’ 무상수리 및 제품교환이 가능하다. 박모씨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차량은 다른 물품과 달라 1회 결함만 있어도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교환이나 환불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폭스바겐 논란 이후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정부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재 발의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폭스바겐 등 업체에서는 공정위 고시를 근거로 교환·환불 등을 거부하고 있고 피해자만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원이나 공정위 측은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공정위에서 고시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규정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자와의 합의, 외국 사례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정 시점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량 차량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들이 늘어나는데 정부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당장 강력한 행정조치와 피해자 보상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노코멘트’ 입장을 전해왔다.

(단위=건, 출처=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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