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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휴렛팩커드)의 구매담당 관계자들은 수시로 한국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만나 공급 물량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이맘때 쯤에는 중국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CEO)가 같은 이유로 직접 방한해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현 삼성SDI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그야말로 ‘반도체 보릿고개’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종 기기에 응용되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메모리반도체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도, 물량을 달라는 곳이 넘쳐나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 판도가 굳어지고 있다.
27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3분기 D램 제품들의 전체적인 평균 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5%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의 응용처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공급이 빡빡해진 결과다.
D램익스체인지는 “데이터센터 분야의 수요나 연말 가전제품 성수기를 앞둔 수요 등으로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의 공급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발전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생산업체들이 2D에서 3D로 생산라인을 전환하면서 2D낸드의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3D 낸드 신규 공급사의 수율이 올라오지 않아 공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3D 낸드를 주력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이르면 이달말 본격 가동되고, SK하이닉스가 하반기 72단 3D 낸드 양산에 돌입함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램익스체인지는 “낸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전환과 신규 공장 증설 등으로 공급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D램과 낸드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이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도시바메모리 등 업체들이 공급을 늘리면 지금보다는 호황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