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해저 1만리..韓 탐사대원들, 생명체 비밀 풀 열쇠 찾았다

[인터뷰]'열수분출공' 탐사 주역 김동성 박사
이사부호 인도양서 2주 동안 탐사 활동
신약개발, 방호복, 우주 탐사 연구에 쓸 수 있어
분출공 연달아 발견..해양 생물 연구 발전 기대
  • 등록 2021-12-21 오후 4:59:45

    수정 2021-12-21 오후 9:02:03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해양과기원 연구진들이 시료를 담고 있다.(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야호~해냈다.” 인도양 중앙해령대에서 캐나다의 무인잠수정팀과 교신하며 해저영상 관측기를 보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 보다 어렵다는 ‘열수분출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화산처럼 생긴 구멍에서 검은 연기를 영양분으로 삼아 홍합이나 조개류가 다닥다닥 붙어 자라고 있었다.

코로나19 속에 탐사가 연기되고 거제도에서 인도양까지 40여 일 동안의 밤낮으로 해온 해양탐사 활동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나선 김동성 해양과기원 박사는 “55명의 대원은 이사부호를 타고 인도양 탐사에 나서 열수분출공인 온바다와 온나래를 연달아 발견했다”며 “지난 2018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열수분출공인 온누리를 발견한 이후 다시 만든 벅찬 성과”라고 설명했다.

열수분출공은?..생명공학·우주 분야 등에 활용 가능

머나 먼 우주처럼 바닷속 깊은 곳도 미지의 공간이다. 해저에는 지상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낮고 수압은 높은데 특정 일대에서는 이례적으로 온도 300도 이상의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바로 바닷속 굴뚝이라 불리는 ‘열수분출공’이다.

김동성 책임연구원.(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열수분출공은 마그마로 뜨거워진 바닷물이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솟아날 때 바닷물 속 금속이온이 차가운 바닷물과 접촉하고, 뜨거운 열이 나오는 구멍 주위에 가라앉아 형성된다. 모양은 화산과 비슷하지만 주변은 햇빛이 닿지 않아 독성물질인 유황성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자라는 생물들은 광합성이 아니라 화학합성으로 생태계를 유지한다.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는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나타났을 때와 비슷하기에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도 불린다. 생명체가 먹이를 먹지 않으면서도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인류가 극한의 환경에서 적응하는 원리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지난 1970년대 말 미국 연구진이 태평양에서 열수분출공을 발견한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10여개 국이 관련 탐사 활동을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열수탐사공 일대에서 발견한 생물체를 이용해 미국은 1000종의 생리활성 신물질을 발굴하고, 10여종의 항암, 항진균 신물질을 화이자, GSK 등에서 특허허가를 받았다. 중국도 해양동식물 310종과 해양미생물 6000종을 확보하고, 이중 유용한 물질을 분리해 항암제, 심혈관계 치료제 등으로 특허 출원했다. 김 박사 연구팀도 지난 2018년 발견한 열수분출공 탐사 연구를 토대로 항암·항염 활성 신물질 10종을 확인하고, 독성이 없으면서 활성이 뛰어난 물질, 뇌신경염증 억제 활성 물질을 발견해 특허도 출원했다.

김 박사는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자라는 열수동물들은 먹이를 먹지 않고, 공생 박테리아를 몸에 지닌 상태로 산화작용을 거듭하며 극한환경에서 잘 자란다”며 “원시 생명체와 극한 환경에서 견디는 생명체 연구는 목성이나 토성 위성에서 지구 밖 생명의 존재 연구부터 실제 항염제 개발, 소방방재복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뚫고 얻은 성과

이번 연구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작년에 하기로 했던 탐사활동이 밀리면서 실제 발견 가능한 지역을 찾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거듭했다. 연구진은 40여 일 동안 거제도에서 출항해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인도양 목적지까지 가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캐나다 잠수정이 부산항에 내리지 못하고 중국에서 하역하면서 탐사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대만과 중국에서는 태풍이 발생했고, 코로나19 진단 검사만 3차례 이상 받아가며 15일동안 실제 탐사 활동을 했다. 절반 넘는 탐사대원이 책임급 박사일정도로 고급 인력으로 대원들을 구성했고, 천부지층탐사기와 다중음향측심기와 같은 첨단 장비를 동원했다. 최대 수심 3000m 탐사를 위해 캐나다 연구진의 도움도 받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지구 내부물질 순환 같은 극한의 열수 생태계 기능과 구조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생물연구 자료는 생물 다양성과 유전자원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연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내년 1월 15일에 이사부호가 국내에 정박하면 수집한 시료 분석도 하고, 인도양 지역에서 추가 탐사도 할 계획”이라면서 “해양생물 다양성(BBNJ)로 공해연구 환경도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첫 열수분출공 탐사 연구를 마무리해 해양 강국으로의 입지를 넓히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사부호 앞에서 찍은 대원들의 단체사진.(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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