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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요가 아닌 공급이 이끈 물가 상승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이 정책 목표로 삼는 물가 때문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1% 오르며 물가안정목표치인 2.0%를 웃돌았지만 계속 목표치를 넘어설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가 물건을 더 사고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15개 선진국과 20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확대된 국가는 24개국이었고 평균 확대 폭은 1.1%포인트에 달했다. 이와 달리 식료품과 에너지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같은 기간 상승률이 확대된 나라는 19개국이었고, 확대 폭은 평균 0.4%포인트에 그쳤다. 공급 측 요인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국내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됐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국내 물가도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수요까지 꿈틀거리지 않는 한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도 돌아설 가능성도 함께 작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②“美 금리 인상과 1대1 대응 아냐”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를 반박하는 결과를 내놨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1대1로 대응하지 않겠다던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분석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자본이 빠져나간 때는 △1차 유출기 1997~99년(아시아 외환위기) △2차 유출기 2008~09년(글로벌 금융위기) △3차 유출기 2015~16년(중국·자원수출국의 경제불안) 세 차례였다. 이들 시기의 공통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전이됐고 국내 경제도 취약했다는 점이 꼽혔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본 유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겹친 2015~16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긴 했지만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1999~2001년과 2005~07년, 시장금리가 역전된 2004년 10~12월엔 외려 자본이 들어왔다는 것.
③아직 확신 어려운 가계부채 둔화
아울러 가계부채 또한 한은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직후 달인 7월부터 가계부채 경고음을 울리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은은 여전히 가계부채 문제를 안심하기 어렵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올해 은행권(1~3월)과 비은행권(1~2월)의 가계대출은 11조원 늘며 지난해 같은 기간(14조1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한은은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늘었다는 데 주목했다.
한은은 “앞으로 가계대출은 정부의 대책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봄 이사철 이후 주택경기가 개선될 경우 증가세 둔화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