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첫날' 고급식당 한산…구내식당·칼국수집 문전성시(종합)

세종청사 등 정부청사 공무원 구내식당서도 더치페이
청사 방문 민원인도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
칼국수와 국밥, 짬뽕 등 저렴한 식당 손님 크게 늘어
  • 등록 2016-09-28 오후 5:02:26

    수정 2016-09-28 오후 5:02:26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세종=피용익 김상윤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된 28일 정부부처들이 모여 있는 정부청사와 주변 풍경은 하루 전과 크게 달라졌다.

평소 공무원들은 11시30분부터 점심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청사를 나서지만 이날은 외출을 하는 공무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구내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외부 약속을 취소하고 동료들과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난 탓이다. 5동 구내식당의 경우 평소 12시를 넘어서면 식사 대기를 위한 줄이 줄어들지만 이날은 12시10분까지 10m 이상 줄이 늘어섰다.

기획재정부의 A과장은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어서 그런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더치페이해서 먹었다”며 “앞으로 약속이 거의 없다. 약속을 잡다보면 이것저것 많이 먹을텐데 더치페이하자고 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일단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의 ‘외식’이 줄면서 청사 인근 음식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우와 보리굴비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 사장은 “보리굴비 정식이 2만원이라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는데, 점심 손님이 평소 100여명에서 10분의 1로 줄었다”며 “저녁에는 고기도 파는데 손님이 더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고위 공무원들이 주로 가는 한 한정식집의 경우 이날 점심시간 방 8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곳 사장은 “저녁 예약도 절반은 취소됐다”고 말했다.

정부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도 크게 감소했다. 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기재부를 방문한 민원인은 42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 82명의 절반에 그쳤다. 김영란법이 식사 메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세종, 서울 뿐 아니라 정부대전청사가 위치한 대전시도 유사한 풍경이다. 이날 오후 12시 행정과 사법·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이 밀집한 대전 서구 둔산동 일원.

이 일대에 고급 한정식 식당으로 유명한 A 업소는 오후 1시가 넘어가도록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예약도 쉽지 않던 이 업소는 이날은 10여개 방이 모두 빈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인근의 다른 고급 해산물 전문 식당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대전지방법원과 대전지방검찰청, 정부대전청사 소속 공무원들과 언론인, 이해관계인들이 만나 식사자리를 함께 했던 풍경이 낯설고, 보기 힘든 일이 됐다.

한 식당 주인은 “공무원과 기자, 건설업체 임직원 등 평소 자주 오던 분들도 대부분 예약을 취소했다”면서 “외지에서 온 손님들만 한 4~5명 받았다. 가격을 낮춘 메뉴를 개발하던지, 아님 업종을 전환하든지 고민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시각 대전시청사 1층의 구내식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공무원들이 밀려오면서 식당 외부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평소 같으면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배식, 식사까지 15분 정도만 됐지만 이날은 줄을 서고, 빈자리를 찾기까지 20~30여분이 넘게 걸렸다.

구내식당에서 만난 대전시 소속 공무원은 “원래 외부 약속이 있었지만 취소하고,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면서 “당분간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은 집에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둔산동 일원에서 칼국수와 국밥, 짬뽕 등 5000~6000원 정도 가격대의 식당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계산대에는 저마다 먹은 음식과 음식값을 확인한 후 각자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더치페이족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칼국수 식당 사장은 “평소보다 손님들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몇명이 오든 계산은 한명이 다 했지만 오늘은 대부분 각자 따로 계산하는 등 벌써부터 관가에 더치페이 문화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전시청사 1층 구내식당에는 평소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몰리면서 북세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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