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대한민국이 함께 울었다..조문 행렬 줄이어

  • 등록 2014-04-23 오후 8:00:00

    수정 2014-04-23 오후 10:06:07

[안산=이데일리 김재은 강신우 채상우 기자] ‘통한의 바다를 떠나 편히 잠드소서.’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여객선 침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 이들의 넋을 위로할 임시 합동분향소가 23일에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됐다. 지난 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8일만이다. 뒤늦게 차려진 분향소에는 세월호 참사가 내 탓인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조문을 받기로 했지만, 조문객들은 이미 30분 전부터 줄을 섰다. 방명록 옆에 마련된 성금함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애통한 마음을 작은 금액으로라도 대신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30대 남성은 “가까이서 왔습니다. 미안해서 왔습니다. 기성세대로 미안하고, TV만 보면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선한 인상의 첫 조문객은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며 운명을 달리한 학생들을 위로했다.

“마음이 괴롭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 어른들 잘못이다.” 안산의 한 교회 목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교회를 다니던 학생 8명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한 60대 노인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차라리 늙은이들이 죽었으면 좋겠다. 부끄럽다. 부끄러워….”

안산게이트볼 연합회 회원 40명도 일찌감치 자리했다. 양희수(72)씨는 “내 자식같은 새끼들, 간절히 부모 품 안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칠순을 훌쩍 넘긴 듯한 한 할머니는 고인들의 영정 앞에 쓰러져 통곡하기도 했다. 점심시간 이후엔 단원고 학생 20여명, 휠체어에 몸을 실은 장애우 15명, 스님 등 불교계 인사 20명 등 단체조문객도 줄을 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차분한 분위기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떨궜다. 그들은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을 하며 어린 넋을 기렸다. “제발 하늘나라 가서는 행복하게 살아라. 얘들아.”

312명을 안치할 수 있는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학생들을 두고 혼자 구조됐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을 비롯한 단원고 교사 3명과 학생 45명 등 48위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모셔졌다.

정치인들의 문상도 이어졌다. 이날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분향소를 찾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조문했다.

이날 오후에는 분향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가 방명록을 작성할 때 카메라 기자들로 인해 분향소 입구가 10여분간 막히자 그렇지 않아도 안산시 공무원에 대해 불만이 컸던 단원고 졸업생 학부모들이 방명록이 놓인 책상을 뒤집은 것이다. 학부모들은 “대체 안산시가 해준 게 뭐가 있냐. 진도에 가봐라. 부모들이 비참하게 있다”며 “그런데 안산시 공무원들은 방명록 앞에 앉자만 있다”며 흥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돕기 위한 기업·스포츠·연예계의 기부도 잇달았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금을 생존자 구호 활동과 피해 가족들을 위한 생필품을 지원하는 데 우선 사용하고 추후 유족 대표 등과 협의해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전액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합동분향소를 전국에 설치하도록 안전행정부에 지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유가족과 협의해 지자체별로 시·도 청사나 체육관 등 시민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전날 국제성모병원에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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