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과거 잘못에 고개숙인 문무일…`검찰개혁 밀알` 자임

임기 한달 남겨둔 文총장, 국민 앞에 檢 과오 사과
"김학의사건 못밝혀 부끄럽다"…용산참사 조치 여지
조직 민낯 인정…1인회견 강행 박상기 장관과 대비
`민주주의` 반복…`민주적 원칙에 합당한 검찰` 당부
  • 등록 2019-06-25 오후 4:19:50

    수정 2019-06-25 오후 4:19:5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다음달 퇴임을 한 달 남겨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검찰의 과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에 대해 검찰 수장으로서 국민 앞에 서서 고개를 떨궜다. 과거 검찰 치부를 드러내고 지난달 활동을 종료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자리에서다. 후배 검찰총장이 오기 전에 부끄러운 과거사는 본인이 스스로 끌어안고 매듭 짓겠다는 개인적 소신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는 이날 1시간 가량 지속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검찰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모두 풀어냈다. 사실상 그의 고별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는 평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대한 국민적 의혹을 다 풀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도 진실을 규명하지 못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인정했다. 현재 검찰 상황에 대한 냉철한 자평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써가며 후배들이 끝까지 고민해야 할 검찰의 미래상으로 `민주적 원칙에 합당한 검찰`을 제시해 맏형으로서의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검찰 과오부터 반성...운동권 출신 민주주의 검사 소신 행보

문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초동 대검찰청 4층 검찰역사관 앞에서 섰다. 검찰과거사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그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과거 검찰 과오를 사과했다.

지난 2017년 1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용산참사 등 17개 과거 사건 의혹을 지난달 말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용산참사 등 8건과 관련해 검찰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문 총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건 과거사위 사과 권고 결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검찰의 정치적 중립 등 검사로서의 오랜 소신이 낳은 행보라는 평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본인이 과거의 검찰 잘못은 떠나기 전에 정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 심장 광주에서 1961년 태어났다. 5·18 당시 스무 살 재수생으로 이 땅에서의 통제되지 않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민주화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특히 고려대 법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해 법조계에서 드문 운동권 출신 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5·18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진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보는 젊은 시절 삶의 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이날 “권한을 행사하는 어떠한 사람도 통제를 받아야 하고 권한행사가 종료되면 책임 물음을 당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그런 자세가 없으면 권한을 주면 안 된다. 지금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검찰 과오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3월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고(故) 박정기 씨를 방문해 머리를 숙였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눈물로 사과했다. 이달 17일에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의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찾아 고개를 떨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검찰 부족함 인정하면서…미래 개혁과제도 함께 제시

이날 문 총장은 현재 검찰의 부족함도 인정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국민적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다는 지적을 사실상 수긍한 그는 “의혹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김 전 차관 사건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1·2차 수사에서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이 지난 12일 같은 과거사위 활동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관련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회피한 상황과 대조되는 대목.

또 논란이 많았던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 과거사위 조사 결과가 정의로움에 미치지는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의로움은 각자마다 다르다. 그래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부분은 전반적으로 동의하긴 어렵다”면서도 “저희가 의혹을 가급적 적게 (남게)했어야 했는데 수사기록 발표하고 재심까지 거치고 과거사위 거치고 나서도 의혹이 걷어지지 않은 상황은 안타깝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용산참사 등 사건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 총장은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개별 방문해 사과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과 범위, 절차를 취할지 검토 중”이라며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이날 검찰의 미래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검찰이 그동안 잘못했다고 하는 사건이 과거사위 선정 사건 15건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건이 100% 완벽하게 정리되지는 못 한다”면서도 “100% 완벽하지 못하다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다. 검찰이 오늘날 받는 국민적 지탄을 다시 받아들여 보다 나은 검찰로 나가 민주적 원칙에 합당한 검찰 작용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사실 공표나 포토라인 부분, 의사결정 과정과 투명화 과정을 개혁 과제로 남겼다.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당국 관계자가 기소 전에 혐의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 흘리는 것을 말한다. 또한 포토라인은 피의자 조사를 위한 소환과정에서 이뤄지는 `현대판 멍석말이`로 두 사항 모두 무죄추정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사위와 관련해서도 일부 수사 당사자는 과거사위가 피해사실 공표로 인격권 등을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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