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싸이월드가 아직 있다고?”였습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팔린 뒤 몇몇 스타트업이 회생 시도를 했다가 사라진 줄로만 알고 있었죠. 하지만 회사가 아직 존속 중이었고 회사 존립을 가를 재판이 최근 진행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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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3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이후 경영난으로 직원 임금과 퇴직금 10억여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제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회사 하나의 임금체불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뭐 그리 대단한 이슈이겠습니까만, 이른바 `싸이월드 세대`로 불리는 30~40대들에게 이 재판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오래된 (미니홈피) 사진첩`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직결된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가 지난 5월 현재 폐업 상태라 서버비 미납 등으로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 보니 회원들 사이에서는 각자가 올린 수백 혹은 수천장에 달하는 미니홈피 사진을 더이상 백업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졌더랬죠.
흥미로운 건, 이날 법정에 출석한 전제완 대표는 “코스닥 상장 H사와 매각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가고 있고, 매각 완료 시 밀린 임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서비스도 존속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040 싸이 세대들에게 한 가닥 희망의 메시지를 줬습니다.
이 재판 선고는 이르면 8월20일 쯤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싸이 세대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오래된 사진첩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게 이날 전 대표와 회사 측 설명이었습니다.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나와 취재진들에게 “싸이월드 매각과 관련해 많은 진전이 있다”며 “만약 마지막까지 투자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서버를 복구해 데이터를 전부 백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인수 당시 상당 부분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대표는 “싸이월드를 인수한 후 1년 동안 데이터를 다 찾고 플래시로 된 동영상 데이터 2억개 정도를 MP3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 등을 해 왔다”며 “유실된 데이터는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데이터가 복구된 상태다. 투자가 결정되고 엔지니어 두 세명만 들어오면 3~4일 정도면 해결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마지막 단계에서 매각이 안 된다고 하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얘기할 예정”이라며 “과기부 측에서 여러 서버를 복구해줘야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싸이 세대들은 어떤 방법이든 “옛 사진첩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혁명을 갑자기 맞닥뜨리면서 오랜 기간 잊고 지냈던 싸이월드에서 10~20대 시절 자신의 흔적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 “매각이 되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모두 백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제완 대표의 말이 부디 공염불이 아니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