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되더라도 계획된 경영상 일정에 지장이 없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주요 현안을 앞둔 가운데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리라 보고 있다.
|
박 사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29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박 사장 “동요 말라”며 조직 안정 노력
박 사장이 구속되면 르노삼성의 업무상 차질은 불가피하다. 그는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취임해 그해 QM3를 성공리에 데뷔시키며 경영난을 겪던 회사의 분위기를 쇄신했다. 올 초 중형 세단 SM6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모회사인 르노로부터 그 성과를 인정받았고 결국 올 3월 한국인 최초로 대표이사(사장)에 취임했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일본 닛산의 요청으로 이뤄진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의 증산과 르노-닛산그룹 내 일본·중곡 공장에서 차세대 엔진 생산 유치하는 등 성과로 안팎에서 호평받아 왔다.
그가 구속되더라도 당장 9월 말 출시 예정인 신차 QM6는 정상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구속은 신차 출시 무드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내년 SM3 후속 모델 출시와 그 이후의 추가 신차 출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 11일부터 시작된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 테이블에도 설 수 없게 된다.
박 부사장은 28일에도 정상 출근해 QM6 판매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측근을 통해선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개인의 이전 직장 문제로 조직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요 임원진을 뺀 대부분 르노삼성 직원이 박 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27일 저녁 뉴스를 통해 안 것도 직원의 동요를 우려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일각에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전 회사의 문제인 만큼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이 없는데 꼭 구속 수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수입차 회사 임원 A씨는 “검찰이 박 사장의 혐의 근거로 든 2011년 환경부 배출가스 과다배출 문제 지적은 비단 폭스바겐뿐 아니라 국산차까지 포함됐던 문제”라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필요하겠지만 근거도 불충분한 상황에서의 구속 수사는 과도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도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올 5월 닛산 캐시카이에 대해 세계 최초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임의설정)했다며 판매중단 지시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고 르노삼성 QM3(르노 캡처)도 배출가스가 많다며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르노-닛산도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곤 회장을 비롯한 르노 본사는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에도 박 사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굳건한 신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