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시 퇴근? 내수 대책 실효성 있나?

  • 등록 2017-02-23 오후 3:26:36

    수정 2017-02-23 오후 4:03:29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두 달여 만에 긴급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직장인이 매달 하루 금요일을 정해 일찍 퇴근하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premium Friday)’를 도입하고 골프장에 물리는 각종 세금을 내려 가라앉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녀 장려금 지원 확대,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 인상 등 저소득층 지원 강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23일 서울청사에서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소비·민생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소비·민생 개선 대책 주요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소비심리 띄우고 분배 구조도 개선

대책에는 작년 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 다수 담겼다. 크게 두 축이다. 탄핵 정국 등으로 얼어붙은 중산층 이상의 소비 심리를 띄우고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등을 강화해 나빠진 분배 구조도 뒤늦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근무시간 단축과 쇼핑·외식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본이 이달 24일부터 시행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 일본 정부는 직장인이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0분씩 일을 더 하고 한 달 중 하루 금요일에는 오후 4시 퇴근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계·노동계 의견 등을 듣고 다음달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4월 중에는 회원제 골프장에 물리는 개별소비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금 감면을 통해 대중제(퍼블릭) 골프장과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해외로 나가는 골프 인구 발길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 소득공제율은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기존 30%에서 40%로 10%포인트 높인다. 전국 1738개(작년 기준) 호텔·콘도의 숙박료를 지금보다 10% 이상 내리면 해당 건물 재산세를 최대 30% 깎아주는 방안도 올해에 한해 시행해 관광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소득 감소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한다. 1000cc 미만 경차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유류세 환급 한도는 현행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한다. 근로자가 회사 파산 여부와 무관하게 못 받은 임금 등을 정부로부터 받는 소액 체당금 상한액을 기존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높이고, 10년 이상 장기 체납자 등 약 87만 가구의 체납 보험료 1200억원 가량을 결손 처분해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또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 주는 근로장려금(연 최대 210만원)과 자녀장려금(자녀 1명당 연 최대 50만원)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수능 응시수수료 등 정부·공공기관이 걷는 수수료 총 64개를 인하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실효성은 ‘글쎄’

문제는 실효성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은 기업 참여가 관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15%에 불과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 도입률(5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연근무제는 시차 출·퇴근제 등 근로 시간이나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제도다. 금요일 조기 퇴근이 현실화하려면 유연근무제 도입이 전제가 되야 하나, 실제 활용률은 도입률보다도 낮은 형편이다. “‘칼퇴’도 못하는데 조기 퇴근이 가당키냐 하느냐”는 빈축을 사는 이유다.

골프장 세금 감면 및 규제 완화는 정부가 밑그림조차 과감히 꺼내지 못하고 있다. 여론·업계 반발을 의식해서다. 노인 외래 진료비 정액제도 개편도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어느 정도 단기적인 소비 심리 개선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많은 논의가 한 분기(3개월)를 대상으로 할 만큼 정책 시계가 너무 짧다 보니 단기 대책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조한 대책이 정책 소비자인 국민에게 되레 피로감을 안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민간 기업이 실제 금요일 조기 퇴근 제도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교안표’ 대책 논란?

이번 대책이 사실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행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이 이례적으로 직접 대책 발표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표 대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경제 문제 만큼은 경제부총리에 맡기겠다”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전성인 교수는 “사실상 대선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경제부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이런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대선 공약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만큼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굵직한 정책은 새 정부 몫으로 양보하고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솔선수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 정도 대책은 대선 공약 급이 전혀 아니다”라며 “다른 부처 협조와 문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회의를 주재한 것일 뿐, 사실상 대선 공약이라는 추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규제 개혁 국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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