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폭탄' 현실로…트럼프에 떠는 금융시장(종합)

TPP 탈퇴…트럼프, 보호무역 행동에 옮기다
불안감 커진 시장…안전자산 채권 다시 강세
"추후 춤 추는 달러화 가치 논란도 확산될듯"
  • 등록 2017-01-24 오후 5:24:48

    수정 2017-01-24 오후 5:24:48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부를 위한 리셉션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해 두 건의 보고서를 냈다.

지난 13일 냈던 트럼프노믹스 평가 보고서에는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에 앞서) 보호무역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근거가 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를 거쳐야 하는 재정정책과 달리 특정 국가로부터 수입품 관세를 조정하거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무역협정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몰락한 옛 제조업 중심지(러스트 벨트) 미국 중서부에서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던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행보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이다.

한은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보호무역 정책을 부분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해 무역조건 개선 등의 긍적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국가간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성장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취임식 직후 나온 보고서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녹아있다. 시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책 공약을 보고 경제 성장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는데, 보호무역이 앞서 나오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시장 참가자들의 말을 빌려 “당분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경계감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본색 드러낸 트럼프 보호무역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보호무역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장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2bp(1bp=0.015포인트) 하락한 1.628%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2.3bp 내린 2.102%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채권가격이 상승(채권 강세)한 것을 의미한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 수요가 몰린다는 의미다. 현물 외에 국채선물시장도 강세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7틱 오른 109.62에 마감했다. 트럼프 탠트럼(트럼프 발작·금리 급등)까지 있었던 최근 몇 달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간밤 미국에서부터 이런 기류가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는 지난해 유세 때 “TPP는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를 행동에 옮겨버린 것이다.

TPP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이 참여한 무역협정이다.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세계 GDP의 3분의1이 넘을 정도로 크다. △NAFTA 재협상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언제 몰려올지도 모른다.

이에 미국 10년물 금리는 6.71bp 하락한 2.4010%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한때 2.6%를 넘기도 했다가,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2년물 금리도 4.51bp 내렸다. 국내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로 인한 성장 가능성이 채권가격에 반영됐는데, 추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아직 방향성을 잡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트럼프노믹스의 ‘투 트랙(보호무역·재정확대)’ 중 보호무역 조치가 우선 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세계 교역 위축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등 미국과 대미(對美) 수출국 모두에 성장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도 대비해야”

외환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장 미국 달러화 가치가 들쭉날죽 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슈퍼 달러’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는데, 최근 들어서는 다시 약(弱)달러 기류다. 보호무역 기치를 내건 이상 강(强)달러는 자국 수출기업에 도움되지 않는다.

간밤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지속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0.18로 하루 새 0.56% 하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속에 달러화가 또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4원 오른(원화 약세) 1165.9원에 거래를 마쳤다. 1160원 초반대에서 움직이다가 장 막판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춤을 추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NAFTA 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주된 재협상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이마저 가시권에 들어오면,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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