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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거의 13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질 수 있는 수치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4.7%)를 상회했다. 2008년 8월(5.3%) 이후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다.
가장 높이 뛰어오른 건 에너지 분야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년새 무려 56.2%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60달러 후반대로 급등하면서 덩달아 상승했다. 중고차와 트럭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9.7% 폭등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급등했다. 199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WSJ는 “경제 정상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 현상까지 겹치며 많은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했다”고 전했다. CNBC는 “팬데믹 내내 가혹했던 규제가 풀리면서 여러 부문에 걸쳐 물가가 올랐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지 이목이 모아진다. 월가에서는 오는 15~16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확인된 데다 고용시장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나온 고용지표는 호조를 이어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7만6000건으로 전주(38만5000건) 대비 9000건 감소했다. 팬데믹 직전이던 지난해 3월 둘째주 25만6000건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다. 주간 실업수당은 2주째 40만건 아래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