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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 회장이 예상을 깨고 회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자기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룹의 오른팔을 바꿨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일의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연말 인사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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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하현회 부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을 COO(최고운영책임자)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오는 8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한다. 하 부회장은 권 부회장의 자리인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옮길 예정이다.
하 부회장의 LG유플러스 행은 재계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다. 하 부회장은 지난 6월 열렸던 LG그룹 각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직접 주재한 바 있다. 사업보고회는 매년 6월과 11월 정례적으로 열리는 일종의 그룹 경영전략회의로 지난해에는 당시 투병 중이던 고(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이 주재했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타계 직후 열렸던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는 구본준 부회장이 하 부회장에게 주재권을 넘기면서, 하 부회장이 상당기간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은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권영수 부회장을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했다. 구본준 부회장과 손발을 오래 맞춘 하 부회장을 대신할 새로운 인물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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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각에서는 LG그룹의 파격 인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권 부회장만 바꾼 게 아니다. 각 계열사 CEO나 사업본부장 이상 경영진 인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LG 인사팀장도 취임과 동시에 교체했다. 연말 대규모 인사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전례가 있었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도 취임과 동시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첫해인 1995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이 바뀌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구광모 회장 역시 대대적인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LG그룹 최대 계열사인 LG전자(066570)는 조성진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단독 CEO를 맡은 이후 H&A(생활 가전 분야)사업본부와 HE(TV 분야)사업본부 등에서는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나드는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MC(스마트폰)사업본부는 수장 교체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 적자폭이 2000억원을 넘기며 13분기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부진의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VC(자동차 전장)사업본부도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업체 ZKW 인수로 올 하반기부터 흑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본준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분야라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장 분야는 ㈜LG도 ZKW 인수에 참여했고 LG화학(051910), LG이노텍(011070) 등도 연계돼 있어 연쇄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매년 11월 말께 이뤄지는 LG의 연말 인사가 당겨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인사의 폭이나 규모는 부회장급까지 포함해 예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