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잊혀지자 국제무대 복귀하는 사우디

카슈끄지 사건 후 첫 국채 발행 성공적으로 마쳐
감사 필요성 목소리 커져…비전2030도 재시동
  • 등록 2019-01-10 오후 6:25:46

    수정 2019-01-10 오후 6:25:46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사회 복귀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날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발행한 국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면서 사우디에 대한 투자심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국채 발행을 발판으로 감산, ‘비전2030’ 실행 등 국제사회의 영향을 원상복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카슈끄지 사건 전과 국채 금리 달라지지 않아…“수요 입증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9년과 2050년 만기로 약 7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날 채권 발행에는 BNP파리바, JP모건, HSBC, 씨티은행, NCB캐피탈 등이 참가했다. 발행 금리는 10년 만기 채권이 미국 국채 대비 175bp(1bp=0.01%포인트), 30년 만기 채권은 230bp 높게 책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채권 금리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 전과 비슷해 사우디 채권에 대한 수요가 쇠퇴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였다고 해석했다. 채권 부문 한 은행원은 “수익률에 대한 굶주림은 금융인들의 양심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초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대사관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국제사회는 공분에 휩싸였다. 갖가지 정황이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했고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빈살만 왕세자와의 연관성을 부인, 용의자 5명에 사형을 구형하고 외무대신을 교체하면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 여론에도 카슈끄지의 그림자는 희미해지고 사우디 정부의 목소리는 다시 힘을 되찾고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현재 유가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강한 감산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달 원유 수출 규모를 지난해 11월보다 10% 감축하고 다음 달에는 일일 10만배럴을 더 줄이겠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역시 감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비난 속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한 사우디 정부에 손을 내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강력히 요구하자 이를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던 지난해 말과는 180도 달라졌다. 사우디가 감산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58달러(5.2%) 급등한 52.36달러에 마감, 50달러선 재진입에 성공했다.

아람코 채권 발행·제3자 매장량 실사도…비전2030 위한 재원 마련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제동이 걸린 사회·경제 개혁 정책도 다시금 시동을 걸렸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아람코가 올해 하반기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외신은 이번 채권 발행을 사우디 화학업체 사빅(SABIC)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조달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지분 5%를 기업공개(IPO)해 약 2조~2조 5000억달러(약 2300조원) 자금을 조달, 석유산업 의존형인 현 경제체제를 제4차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의 깃발을 든 이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빈살만 왕세자다. 그러나 유가 하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우디 정부는 당초 2019년이었던 IPO 시기를 2021년으로 미뤘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아람코의 사빅 인수이다. 중동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사빅의 지분 70%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아람코가 PIF로부터 500억~700억달러(약 56조~78조원)을 주고 지분을 매입할 경우, 아람코의 상장 없이도 개혁 정책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아울러 아람코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사업다각화를 통해 아람코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알 팔리 장관은 이번 채권 발행이 사빅 인수를 위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람코 정도의 초대형 기업은 사빅 인수가 아니더라도 한해 400억~500억달러 정도의 자금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사우디 정부는 주요 유전 54곳의 확정 매장량을 실사한 결과 2017년 말 2685억배럴(쿠웨이트와 공유 유전 제외 시 2632억배럴)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미국 댈러스에 거점을 둔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D&M이 실시한 이번 감사는 사우디 정부가 에너지 사업을 국유화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제3자가 실시한 독립적인 석유 매장량 실사다. 천연가스 확정 매장량은 기존보다 5.6% 상승한 325조 1000억ft³(표준 압력·온도 STP기준)로 조사됐다.

원유 매장량은 아람코 IPO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공해야 할 필수적인 정보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국가 안보상 중요정보라는 이유로 제3자의 실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2005년 투자전문가인 매튜 시몬은 ‘사막 속의 황혼 : 사우디의 오일 쇼크와 세계 경제’라는 책에서는 사우디의 원유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이날 “사우디가 오랜 기간 자신들을 괴롭혔던 논란을 마침내 털어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 팔리 장관은 “이번 실사로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아람코 지분 5%를 2021년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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