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고용·투자” 당부에 기업인 “규제완화 미진하다” 호소

곽재선 KG 회장 “법·제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文대통령 “최대한 규제 체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
  • 등록 2019-01-15 오후 8:38:28

    수정 2019-01-15 오후 8:38:28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청와대를 찾은 기업인들은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이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기업인들은 또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줄 것을 호소했다. 혁신성장에 동참하기 위해선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총수들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중견기업인들과 지방상의 회장단은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규제 완화 한 목소리로 촉구

이날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적극적으로 정책 제언을 했다. 모처럼 직접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혁신성장에는 창의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포지티브방식, 즉 ‘무엇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로 되어 있어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것을 ‘무엇 무엇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방식으로 바꾸고, ‘그 외의 것은 다 된다’로 바꾸어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다. 나중에 문제되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안한다.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며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대한 규제 체계를 바꾸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면서 “소극적 행정에 대해서 문책하는, 그래서 적극행정을 더 장려해 나가는 그런 행정 문화까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법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여전히 성과가 미진한 규제개혁에 관한 건의를 드리고자 한다”며 “수십 년 간 유지된 규제는 폐지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조기 진압 사례를 예로 들면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국기도 올릴 수 있고 전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 좀 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며 “개인정보를 활성화하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정원 두산 회장(오른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연합뉴스)
기업인들 기 살려달라 주문 이어져

대기업 총수들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고,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달라는 당부를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해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첨단산업 뿐 아니라 전통산업도 체질 개선할 수 있도록 선도해 가겠다”며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캐치프레이즈처럼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동차 부품업계 활력 제고 방안’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저희 회사도 협력사들에?1조7000억원을 지원해 협력사들과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또 자동차 산업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기업가 정신을 존중해줄 것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실수를 꾸짖기만 하지 말고,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가끔 저희가 실수도 있고,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 불편하게 해드리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앞날을 향해서 뛰어가는 기업들이라고 봐주시길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이 투자 확대에 매진토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우려도

중견기업인들과 지방상의회장단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담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노력이 필요하다. ‘주52시간’도 권장은 하되, 법적 일괄 금지는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이 다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일거리’가 있다면 가능하다”며 “정부·기업·근로자 각자의 위치에서 일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대표는 대·중·소기업 상생문화의 확대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린 사례를 언급하면서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상생을 선도하고 확산하려고 노력하는 대기업을 더 크게 격려해주고 다각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대해 이재갑 고동노동부 장관은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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