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희정 상처’ 아물지 않은 충남…"그랴도 대통령 있는 당이 낫지 않것슈?"

충남, 잇단 악재로 선거 앞두고 민심 '술렁'
“정책 힘 실려야” 여당 양승조 후보 우세 속
부동층 많고 구도심 보수 색채 굳건 ‘변수’
“철새 이인제 안돼” vs “뚜껑 열어봐야 안다”
  • 등록 2018-04-26 오후 4:50:08

    수정 2018-04-26 오후 4:57:00

6·13 지방선거 충남 지사 선거를 50일 앞두고 지역 바닥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천안시 남동구 남산중앙시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사진=김기덕 기자)
[충남=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인제 할배가 와 봐유 되나…여직 믿을만한 넘이 없긴 한데 그랴도 대통령이 있는 당에서 도 지사가 나와야 하지 않것슈.”

지난 25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KTX 천안아산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인근 남산중앙시장으로 가는 도중에 충남지사 선거 판세를 묻자 택시기사 김철영(54)씨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이같이 내뱉었다.

6·13 지방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충청권 민심이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당초 충청도 내에서도 충남지사 선거는 ‘민주당 경선 승리 후보=본선 당선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당의 승리가 우세한 곳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충청대망론의 주역이자 ‘충남의 아들’로 불렸던 안희정 전 지사에 이어 차기 지사 유력 후보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투와 불륜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지역 바닥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천안시장이 공석이 된데다 공직선거법 위반, 지방선거 출마 여파로 천안 지역 두 곳에서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뤄야 해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먹고 살기도 힘든디… 대통령 당이 낫지 않것슈”

반전의 기회를 잡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백전 노장’ 이인제 상임고문을 공격수로 내세워 충남지사로 밀고 있다. 하지만 ‘올드보이 철새 정치인’이라는 지역 민심에 부딪혀 아직 지역 민심을 많이 되돌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천안 지역 4선 의원인 양승조 후보가 출마했다.

천안 동남구 남산중앙시장에서 20년 넘게 순대국밥을 팔고 있는 한명례(61)씨는 “어제도 이인제씨가 시장에 방문해 계속 악수를 권해서 인사를 하긴 했는데, 뭐 결과는 뚜껑을 알아봐야 알 지 않것슈”라며 결과를 잘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시방 필요에 따라 당을 바꾸는 철새는 안 되유, 60대 이상 내 친구들도 그랴도 양승조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직 많제”라고 귀뜸했다. 실제 이 고문은 그동안 11번이나 선거(대통령선거 본선 2번 포함)에 나선 ‘정치 베테랑’이다. 그동안 6선 국회의원, 경기지사, 노동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피닉제(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동안 당적을 수없이 바꿨다는 점에서 철새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6·13 지방선거 충남 지사 선거를 50일 앞두고 지역 바닥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천안시 남동구 남산중앙시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사진=김기덕 기자)
오히려 지역 상인들은 당적을 떠나 침체된 경기 살리는데 일조할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시장에서 10년째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일중씨는 “여기(남산중앙시장)가 서울 남대문시장이라고 치면, 인근에 있는 천안 명동거리는 서울의 명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장사도 잘 됐는데 이제 다 죽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그 근방에 가게 하나만 차리면 2대가 먹고 산다는 것도 옛날 얘기”라며 안타까워했다.

아직 확실하게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표심은 그나마 여당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향수를 잊지 못한 영향도 커 보인다. 정오경 무렵 천안 동남구 신부동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가던 회사원 김모(50)씨는 “그래도 우리 세대에서는 친구들끼리 만나면 만날 말로만 떠들지만 말고 충청도 출신 대통령이 한번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한다”며 “이미 대권은 물건너 간 상황이 됐으니 그나마 정부와 소통하기도 쉽고 지역 살리기 정책에 힘을 받을 수 있는 민주당 후보가 낫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충남지사 후보로 나선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사진=연합뉴스)
“부동층 민심 잡아라”… 뚜껑 열어봐야 알 듯

다만 충남지역 선거 결과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충남지역은 전통적으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데다 부동층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고 막판까지 표심을 드러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충청권은 그동안 전국단위의 선거를 치를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997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맞붙었던 제15대 대선에서는 약 39만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는데, 이 중 충청권 표가 약 27.7%로 10만표를 넘었다.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약 57만표란 박빙의 차이로 당선됐는데 이 표 중 약 50% 정도가 충청권에서 나왔다. 각각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세종시 공약’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다만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약 100만 표 중 30% 정도가 충청표였다. 이처럼 충청권은 치열한 여야 대결 국면에서 실용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다만 충남 15개 시군중에서 보령·논산·계룡시를 비롯해 금산·홍성·예산군 등 절반이 넘는 지역은 여전히 보수색이 강한 편이다. 충남 예산군에서 70년 넘게 살다가 지난해 천안으로 이사 온 이용후(73)씨는 “시방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진보정당을 지지해도 우리는 다르제, 정치판에서는 보수고 진보고 간에 무조건 힘있는 사람을 지지해야지, 젊은 사람들이 뭘 알것슈”라며 “기자 양반, 그래도 그동안 경력을 보면 이인제가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충남지역을 강타한 연이은 불미스러운 뉴스로 젊은 층은 선거에 다소 무감각한 모습을 보였다. 번화가인 신부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휴대폰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23세 안모씨는 “야당에서 이인제 후보가 나오는 얘기도 첨 들었다”며 “(누가 되던 간에) 당장 생활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선거할 때만 립서비스를 하는 거라 별 관심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1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에서 진행한 충남지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승조 민주당 후보는 42.4%로 23.4%를 얻은 이인제 한국당 후보를 19%포인트 앞서고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천안의 번화가로 꼽히는 동남구 신부동 가게 밀집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사진=김기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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