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빚으로 쌓은 高성장…정치리스크에 `퍼펙트 스톰` 맞은 터키

작년 7.4% 성장, 중국·인도 추월…외화부채만 GDP 50%
가뜩이나 적은 외환보유고…그나마 은행서 인출 가능해
16%까지 치솟은 인플레…정치에 휘둘린 중앙은행 `뒷짐`
미봉책 약발 없어…자본통제 없는 한 빠른 금리인상 필수
  • 등록 2018-08-13 오후 9:39:21

    수정 2018-08-13 오후 9:40:42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터키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관세폭탄을 얻어 맞은 뒤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고 그 충격파는 여타 신흥국과 유로존 금융시스템까지 퍼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리라화가 추락하고 있다”면서 “터키 경제는 위기를 맞은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전세계 전문가들은 터키 경제가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둘 이상의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 맞게 되는 절체절명의 경제 위기)’을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터키의 현 위기 상황은 비단 미국으로부터의 보복관세뿐 아니라 부적절한 경제정책과 투자자들의 심리 불안, 금융여건 악화 등이 맞물린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보고서를 내놓은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터키 리라화 표시 자산들이 심각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터키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서 작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여파가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종전보다 2배의 관세를 부과한 지난 주말 터키 리라화가 하루만에 20% 이상 추락했고 터키 정부의 시장 안정책이 나온 이날도 리라화는 10% 이상 더 하락하며 1달러당 7.24리라를 넘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高성장 화려함 뒤엔 과도한 외화부채 그림자

그러나 터키 경제는 그 이전부터 곪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터키 경제는 최근 몇년간 전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해왔고 특히 지난해에는 무려 7.4%의 성장률로 중국과 인도를 앞지렀다. 또 올 2분기에도 경제는 7.22%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다만 이같은 고(高)성장의 화려함 뒤에는 과도한 외화부채라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퍼부을 때 터키 은행과 기업들은 방만하게 달러화 부채를 일으키며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이같은 차입(리버리징)으로 늘려놓은 민간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등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끌긴 했지만 그만큼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폭을 늘려 놓았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터키의 외화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불충분한 외환보유고로 외환시장개입 역부족

물론 터키만 유독 높은 외화부채와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도 소위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GDP대비 30%에 이르는 외화부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달리 터키는 외환보유고가 높지 않다는 취약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리처드 브릭스 크레딧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1810억달러에 이르는 단기외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외환보유고 상당규모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고객들이 인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즉, 지금처럼 리라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경우 터키는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리라화를 사들이는 매수 개입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실제 외환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부채 상환을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다른 방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16%까지 치솟은 인플레에도 중앙은행 뒷짐만

아울러 터키의 경제 실패는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려 전년동월대비 16%에 이를 정도로 터키 경제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터키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물가 목표치인 5%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치솟는 인플레를 잡아야만 한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외국인투자자들은 터키 리라화 표시 자산을 더 사들이게 되고 이는 리라화 가치를 안정시켜 외화부채 상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그러나 터키에서는 경기 둔화를 우려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면서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도록 했고 이는 제대로 된 통화긴축 정책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신뢰 마저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브릭스 애널리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도록 함으로써 현재의 경제 위기를 잉태했다”며 “그가 이런 정책을 유지하는 한 시장은 현 정권을 더욱 불신할 것이고 위기는 더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발 없는 미봉책…자본통제 없는 한 금리인상 필수

일단 이날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서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정정책 관점에서 매우 강력한 정책을 펼칠 것이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터키 은행규제감독국(BDDK)은 곧바로 자국 은행에 외국투자자와의 외화ㆍ리라화 스와프 거래, 현물ㆍ선물 외환거래 등 유사 스와프 거래를 은행 자본의 50%까지만 허용하기로 규제했고 터키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한꺼번에 250bp나 낮추면서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라화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터키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외환 및 금리담당 글로벌 대표는 “터키 재무부가 자본통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면 이날 내놓은 조치들은 ‘베이비 스텝’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며 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기준금리 정책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방어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 될 것”이라며 “리라화 추락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 이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의 조치 외에도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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