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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식과 조카를 잃은 걸 무어라 표현하거나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장례를 치렀다”라면서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사시다 이제 생을 마감하셨다’도 아니고, ‘아이가 길에서 깔려 죽었다’고 어떻게 알릴 수 있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알린다고 해도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아직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알려야 할지 우리 마음도 정리가 안 된 상태”라며 “이렇게 유족 명단을 공개한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곧장 민들레에 이메일을 보내 조카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아침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민들레 홈페이지에서만 내려갔을 뿐, 이미 명단이 캡처돼 퍼질 대로 퍼졌다”라며 “이렇게 공개된 명단을 통해 소식을 처음 접할 친척·지인들의 충격과 그분들에게 그제야 설명해야 할 유족의 심정을 상상해보라”라고 호소했다.
A씨는 민들레가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 “동의를 구했다고 해도 반대했을 것”이라며 “다른 유족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이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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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공개 이유에 대해선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매체는 홈페이지에 수정된 명단을 올리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몇 분 이름은 성만 남기고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희생자 이름도 유족의 개인정보인 만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이들 매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이들 매체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보고 있어 ‘사망자의 이름’을 보호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 역시 ‘허위사실’로 사망자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이 역시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적 자료 유출의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해서 음란물 유포나 모욕, 조롱과 같은 식의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범죄행위는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를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