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명단, 퍼질대로 퍼졌다”… 조카 잃은 삼촌의 울분

유족 “동의 구해도 반대했을 것”
민들레 상대 민사소송 예고
  • 등록 2022-11-15 오후 8:04:48

    수정 2022-11-15 오후 8:04:48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이태원 참사로 자식처럼 키우던 조카를 잃은 삼촌이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한 온라인 매체를 향해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아직 조카 친구 몇 명과 회사 말곤 알리지도 못했다. 입이 안 떨어져서”라며 “그런데 조카 이름을, 이렇게 남이 마음대로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꽃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촌 A씨는 조카가 세상을 떠난 뒤 지금까지 차마 뉴스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전날 밤 지인의 연락을 받고 ‘시민언론 민들레’가 홈페이지에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공개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식과 조카를 잃은 걸 무어라 표현하거나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장례를 치렀다”라면서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사시다 이제 생을 마감하셨다’도 아니고, ‘아이가 길에서 깔려 죽었다’고 어떻게 알릴 수 있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알린다고 해도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아직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알려야 할지 우리 마음도 정리가 안 된 상태”라며 “이렇게 유족 명단을 공개한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곧장 민들레에 이메일을 보내 조카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아침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민들레 홈페이지에서만 내려갔을 뿐, 이미 명단이 캡처돼 퍼질 대로 퍼졌다”라며 “이렇게 공개된 명단을 통해 소식을 처음 접할 친척·지인들의 충격과 그분들에게 그제야 설명해야 할 유족의 심정을 상상해보라”라고 호소했다.

A씨는 민들레가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 “동의를 구했다고 해도 반대했을 것”이라며 “다른 유족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이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님은 직장도 못 나가고, 며칠씩 굶다가 컵라면을 한 입 먹으면 그게 죄스러워 자책하다 얼굴에 상처도 생겼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명단 공개는 생각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민들레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희생자 11명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는 ‘시민언론 더탐사’와 협업해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공개했다. 이 명단엔 나이, 성별, 거주지 등 신상 정보는 포함되지 않고 이름만 한국과 영어 알파벳(외국인)으로 적혔다.

명단 공개 이유에 대해선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매체는 홈페이지에 수정된 명단을 올리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몇 분 이름은 성만 남기고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태스크포스(TF)는 14일 성명을 내고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희생자 이름도 유족의 개인정보인 만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이들 매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이들 매체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보고 있어 ‘사망자의 이름’을 보호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 역시 ‘허위사실’로 사망자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이 역시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적 자료 유출의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해서 음란물 유포나 모욕, 조롱과 같은 식의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범죄행위는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를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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