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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10년 경력의 베테랑 은행원이었던 A(42)씨는 직장을 두 번 옮겼다. 3년 전 첫 이직 때는 비교적 상황이 순조로웠다. 구직한지 얼마 안 돼 한 증권사 차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올해 다시 이직을 준비하니 상황이 달랐다고 한다. 경력은 더 쌓였지만 자리가 없더라는 것이다. 결국 A씨는 업계를 바꿔 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나마 금융권 업무는 많은 업계에 적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주변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고용 절벽’에 떨고 있다. 올해 2~3월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는데, 그 충격파가 40~50대에 특히 두드러졌다.
특이한 것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40~50대가 직격탄를 맞았다는 점이다. 40대 신규 취업자 수는 2016년부터 대체로 감소세이긴 했다. 그러나 4만~5만명대 줄어드는 정도였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월 평균 5만9000명, 5만명 줄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2~3월 각각 10만7000명, 9만7000명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 그 규모가 두 배 늘어난 것이다.
50대 고용도 악화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50대 신규 취업자 수는 각각 월 평균 8만2000명, 15만2000명 늘었지만, 올해 2~3월에는 3만5000명, 2만1000명으로 증가세가 급감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일자리가 총체적으로 부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 대다수 업계가 어렵다보니, 다시 이직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던 자영업도 둔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6만8000명 늘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4만명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40~50대가 많이 종사하는 산업의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중장년층 고용이 특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