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도움(HELP)되는 게 경쟁력”

올해 유통업계 키워드는 ‘H.E.L.P’
건강(H)·친환경포장(E)라스트마일(L)·가격(P)에 방점
경기 불확실성 및 소비심리 위축 지속 전망
건기식 확장·친환경 경영 강화·가성비 경쟁 심화
  • 등록 2023-01-20 오전 5:30:00

    수정 2023-01-20 오전 5:30:00

[이데일리 정병묵 윤정훈 김범준 기자] 코로나19 발생 3년차였던 지난해 유통산업 특징은 ‘양극화 소비’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처분 소득이 낮아진 가운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거나 가성비 위주의 품목을 소비했다. 반면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은 명품 등 고가품에 지갑을 열며 ‘보복 소비’에 나섰다.

올해는 경기 및 소비전망의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유통산업을 주도할 키워드로 △건강(Health) △친환경포장(Environment) △라스트마일(Last Mile) △가격(Price)을 꼽았다. 소비자에게 도움(HELP)을 줄 수 있는 업체가 경쟁력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는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며 “가성비 소비를 계속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 가격이 가장 중요한 소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소비, 누가 집 문 앞으로 빠르고 효율적이게 배송할 것인지 등도 유통업계의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마트 PB 상품 강화할 것”

“본격적인 리오프닝으로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가처분소득은 감소하는 시기라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합니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이경희(사진)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이같이 말하면서 “올해는 생활필수품 위주로 소비하고 비식품군은 소비를 줄이는 불황형 소비패턴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장은 올해 유통산업 키워드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몰럭셔리 △오프라인 다변화 등을 꼽았다.

그는 “경기침체 속 외식물가는 30년만에 최고치로 올라 올해는 외식을 지양하고 내식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내식소비 유행에 맞는 즉석식품, HMR(가정간편식) 등의 신제품 출시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큰 히트를 친 대형마트의 ‘반값치킨’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자체브랜드(PB)의 매출 점유율이 높아졌다”며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개발해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속 증가하는 명품 수요 속에서도 올해는 ‘스몰럭셔리’ 형태로 변화가 예상된다.

이 소장은 “수백만~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대신 주얼리나 지갑과 같은 잡화, 뷰티 등으로 대체소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적 만족감은 얻으면서 돈은 상대적으로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력 있는 30대 남성을 겨냥한 명품 매장 오픈이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남성 해외패션관을 리뉴얼 오픈한 것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남성전용 매장 오픈을 계획중이다. 럭셔리 제품을 즐겨 소비하는 비혼·비출산의 남성을 뜻하는 ‘럭비남’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팝업스토어, 대형마트 리뉴얼 등 오프라인 다변화도 2023년에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 소장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이커머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리뉴얼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은 MZ세대 집객을 위해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대형마트는 키즈카페, 식음료(F&B) 특화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어떤 형태가 됐든 집객을 할 수 있는 흡입력 있는 매장을 조성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대체 탄수화물·단백질 등 건강 고려한 식품 확대

식품업계는 올해 유통산업 키워드로 꼽은 ‘H.E.L.P’와 더욱 밀접하게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정훈(사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는 결국 대체 당·단백질 등 미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맞춤형 식단관리 수요와 냉동식품은 새벽배송과 퀵커머스 등 라스트마일(소비자와 최후의 접점) 활성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장바구니 물가에서 가격은 항상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가성비 만족도가 높은 간편식과 홈술(집에서 음주) 등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강은 다이어트와 아름다움과도 직결되는 만큼 살찌기 쉬운 쌀과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에서 대체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수요가 빠르게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제로칼로리와 논알코올 음료 출시와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기존 당을 대체하고 성분을 빼면서도 식감과 품질은 유지하는 푸드테크(음식+기술)의 핵심이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문 교수는 “쌀과 밀 대신 보다 열량은 낮고 건강하다고 알려진 ‘메밀’이 뜨면서 ‘냉면’ 외에도 ‘메밀밥’, ‘메밀온국수’, ‘메밀파스타’ 등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육류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고 고단백 부위인 ‘안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 안심’과 ‘닭 안심’에 이어 ‘돼지 안심’ 수요가 늘며 관련 제품 출시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은 약 개념이 아닌 건강과 식단관리 등 ‘케어푸드’ 측면에서 보조 섭취하는 맞춤형 식품으로 ‘구독경제’ 개념과 함께 발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외식 물가 상승으로 대안으로 떠오르는 냉동 간편식의 성장과 카테고리 확장도 빨라질 전망이다. 2022년 농촌진흥청 패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38%가 냉동 보관 형태의 간편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시기 온라인으로 구매한 냉동 간편식 경험이 늘며 포스트 코로나에도 선호도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기존 냉장 간편식·밀키트가 ‘프레시(신선)’였다면, 급랭 기술 발달 등 푸드테크가 더해지며 가성비가 좋은 냉동 간편식이 ‘프로즌 프레시’ 영역을 주도할 것”며 “긴 유통·보관 기간과 재료의 신선함 유지 등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조리 편리성 극대화뿐 아니라 라스트마일 등 배송 측면에서도 유리해 관련 산업 발달로도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 발달한 홈술 문화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정 중심의 와인소비가 이어지면서 가성비 좋은 와인뿐만 아니라 치즈·샤퀴테리(육가공품) 등 페어링(음식 궁합)에 좋은 안주류 수요까지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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