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입증도 없이 자율배상 압박…은행들 속앓이

[홍콩ELS 책임론 격화]
은행, 당국 자율배상 압박에 난감
"상품 설명의무 위반 자인하는 꼴"
"판매과정 다 녹취, 불완전판매 없어"
  • 등록 2024-02-13 오전 5:30:08

    수정 2024-02-13 오전 5:30:08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설 명절 직후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홍콩ELS)’ 추가 현장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홍콩ELS의 불완전판매를 판가름 짓는 ‘설명의무위반’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은행으로서는 다수의 설명의무위반 위반 시 최대 6조 5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서는 판매자가 투자자나 금융소비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법을 위반하면 투자금액, 즉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차 검사에 앞서 홍콩 ELS 피해자에게 피해액의 최소 50%를 자율배상하라고 압박했다. 소비자의 유동성을 확보해주겠다는 차원이라지만 은행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한 입증 없이 자율배상을 진행한다면 스스로 설명의무위반을 자인한 셈이어서 후폭풍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감원이 파악한 2021년 이후 12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홍콩ELS는 19조 3000억원가량이다. 이 중 금소법 시행 전 두 달 동안 판매한 2조 2000억원을 제외하면 17조 1000억원가량이 과징금 대상이다. 결국 불완전판매 여부는 설명의무를 제대로 다했느냐인데 이를 두고 은행에선 금소법에 따라 ELS판매 시 모든 고객을 상대로 전 과정을 녹취했다며 대규모 설명의무위반 사례는 없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서 가장 문제로 꼽았던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투자성향분석 과정까지 포함, 전체 판매과정을 설명했고 녹취했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대비해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입상품의 위험등급과 원금손실가능성, 핵심투자위험 등 상품 주요 내용의 이해 여부를 고객이 직접 자필기재 또는 녹취해 확인했다”며 “숙려기간 2영업일 이후 고객의 최종 가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일주일간의 청약 철회 기간을 추가 부여해 가입의사 변경 시 취소할 수 있도록 안내까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국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2개 금융회사의 1차 현장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고 했다. ELS 투자 권유 과정에서 창구 직원의 잘못된 설명이 최소 일부는 들어갔다며 설명의무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설명의무위반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91%가 넘는 재가입자 비율이다. 이 원장은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스리슬쩍 가입을 권유했다면 금소법 원칙 위배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은행들은 재가입·재투자자가 상품을 잘 모르고 가입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앞으로의 변수는 불완전판매 사례의 비중, 즉 설명의무위반과 적합성 원칙 위배 등이 얼마나 되느냐다. 만일 2차 검사에도 전체 홍콩ELS 가입자 중 불완전판매라고 판단되는 비율이 소수라면 은행권에 과징금 부과나 배상을 요구할 명분을 구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1차 검사에서 금소법 위반사례를 그렇게 높은 비율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얘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2차 검사 자체가 1차 검사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의미다. 손실을 본 가입자 중 불완전판매가 소수라면 정부나 당국으로서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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