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책임이 크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분쟁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법적 구속력 없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만 달랑 던져놓은 채 뒷짐 쥐고 물러서 있었다.
고용부는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곧바로 법원으로 달려가는 통에 통상임금 관련 분쟁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통상임금 관련 분쟁을 조정하겠다고 지침을 만들어 일선 고용청에 하달한 게 고용부다. 지침이 무력화했으면 법제화해서 강제력을 갖도록 해야 했다.
법원은 우리사회 갈등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심판장이다. 법원으로 달려갈 정도로 갈등이 악화하기 전에 해법을 찾는 게 당국이 할 일이다.
이날 재판부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선고에 앞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쌍방 모두 1심 선고후에 화해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만큼 오늘 이 사건 판결 선고가 양측에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노사가 법정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고용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더이상 통상임금 분쟁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도록 통상임금 기준을 법제화 하는데 고용부가 앞장서야 한다. 고용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