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는데다 건설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2022년 130조3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연체율도 증가추세다. 1분기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로 2021년 0.37% 대비 1.64% 증가했다. 금융권 연체율이 증가세인 가운데 저축은행 부동산PF 연체율은 4.07%, 캐피탈사는43.5%로 높게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말보다 약 2%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저축은행과 캐피탈의 자금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분양 시장은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는데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건설사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본 PF로의 전환율이 대폭 하락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PF 금액이 총 대출의 절반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피탈사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1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조4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 늘었다. 1년 만에 1조1226억원 늘어나며 3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관련 시장에 적극 진출했던 캐피탈사가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큰 곳들은 이미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DGB캐피탈은 지난 6월 말 500억원 규모, 한국투자캐피탈은 3월 4400억원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새마을 금고 ‘뱅크런’ 사태 이후 부동산 PF 우려 재부각 및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증가폭이 큰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연말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PF 대출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탓에 앞으로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부동산 PF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 저축은행을 비롯해 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 및 부실 사항을 집중 점검했다. 우선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탈 6곳 등 총 18곳을 1차 점검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