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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박종오 기자] “정권 말이면 늘 공직사회가 뒤숭숭하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좀 빨리 유난한 것 같다.”
최근 공직사회에 대한 한 공무원의 이야기다. 정권 말이면 대선을 앞두고 공직사회에 느슨한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유난히 빠르다는 것이다. 그는 “브렉시트에 사드배치, 산업구조조정 등 현 정부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 “정권 말 레임덕이 이렇게 빨리 오면 우리 공무원들은 중심을 잃고 더욱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직사회가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정부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놓고도 고위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망언은 유행처럼 터졌다. ‘민중은 개·돼지’ 등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은 고위공무원 첫 파면까지 거론될 정도로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지난달 워크숍에서 ‘천황(일왕)만세’를 삼창을 했다는 의혹때문에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진상조사를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흔들리니 말단 사무관까지도 일이 터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사무관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프랑스 국빈 방문에 동행 출장 중에 산하기관 직원에게 자녀의 영어 숙제를 시켜 ‘갑질’ 논란을 자초했다.
최근 들어 여러 사건이 부각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복무규정위반이나 망언·폭행·성매매 등 품위손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박근혜정권 3년간 복무규정위반에 따른 징계 총 건수는 총 1242건으로 MB 정부초 3년보다 85건이 많다. 품위손상은 3757건으로 MB정부보다 398건이나 더 적발됐다. 윤종설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같은 정권이 오래가면 부패가 쌓이기 마련”이라며 “권력에 편승해 개인 이윤을 추구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순히 보여주기 식에서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 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전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부처별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추가로 마련하고, 인사혁신처·권익위원회·총리실의 부패척결추진단으로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원(KDI) 원장은 “신고를 받아야 조사를 하는 권익위원회 체제로는 공직사회의 비위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감사원의 정책 감찰 기능을 축소하고 오히려 직무 감찰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박사는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는 경찰, 검찰 역할을 하면서 공무원 조사 수사까지 다루며 국가투명성지수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공직자 감시 조사기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