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SRE][WORST]롯데, 사드 해빙무드에도 우려 여전

사업 부진에 오너 리스크까지 ‘이중고’
  • 등록 2018-05-16 오후 3:28:30

    수정 2018-05-16 오후 3:28:3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급한 불은 꺼졌지만 롯데그룹에 드리운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철회를 시사하면서 오랜 기간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던 사드 이슈가 잦아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드 문제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실적을 개선할만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외려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 신동빈 회장의 뇌물 공여에 따른 면세점 사업 리스크 등이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롯데그룹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7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롯데쇼핑(023530)·호텔롯데는 188명 중 27명(14.4%)의 표를 받아 7위에 올랐다. 최다 득표로 한국항공우주(047810)와 공동 1위를 차지했던 지난 회와 비교해 6계단 내려간 순위다. SRE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사드 이슈와 관련해 롯데쇼핑(A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한국신용평가가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함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27명 가운데 26명은 등급을 더 내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급에 대한 의구심이 단순히 사드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쇼핑, 한중 해빙 효과 ‘글쎄’

롯데쇼핑이 중국의 마트법인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드 보복 철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26일 중국 베이징의 화북법인을 현지 유통사인 우마트그룹에 2485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9월 중국 마트 부문의 매각 방침을 발표하고 매각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중국 마트법인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롯데쇼핑의 중국 마트사업 부문은 사드 이슈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전에도 연간 1000억~15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지속해 왔다. 한 SRE 자문위원은 “롯데쇼핑의 중국 마트 부문 철수는 매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것이 등급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국내 백화점 및 마트 부문의 실적도 갈수록 저하되는 추세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 업종은 이미 성숙기에도 접어들어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이에 따른 기업간 경쟁심화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 등을 비롯한 다른 유통 업종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7934억원에 달했던 국내 백화점 부분의 이자 및 세전이익(EBIT)은 지난해 9월 기준 2728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대형마트 EBIT는 3039억원에서 16억원으로 급감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적용 등 유통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고 최저임금 인상, 가계부채, 취업난, 비소비지출 증가 등이 소비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우수함)·가치소비 중심의 소비패턴이 변화한 점도 백화점·마트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롯데, 면세점 성과 부진에 사업 불확실성까


호텔롯데의 경우 주요사업인 면세점 사업의 부진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특1급 호텔의 주요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가 객실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호텔 부문에서 적자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연결 기준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 부문의 외형 성장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지난 2014년까지 연결기준 8% 이상의 우수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요우커(遊客)들이 급감한데다 시내면세점 초과공급으로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면세점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특히 핵심 이익기반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서 고객 유치 및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4년 말 6개점이던 서울 시내 전체 면세점 수는 지난해 12월 10개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까지 호텔롯데는 면세점 부문에서 전년 대비 12% 수준인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반면 임차료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5% 수준이었던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3%까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특허권 재취득을 위해 최순실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 6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현재 관세청은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시장에서는 고용 문제 등이 있어 특허 취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다만 신동빈 회장의 부재와 면세점 사업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호텔롯데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는(IPO)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줄이고 면세점에 힘 싣는 롯데

롯데쇼핑은 CAPEX(미래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를 통제하며 현금 흐름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1년 2조원에 달하던 CAPEX를 2015~2016년에는 1조원 내외 수준까지 줄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했다. 지난 2014년에는 백화점의 세일앤리스백(S&LB)을 단행해 1조 1000억원의 자산 유동성을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며 사드 보복 해소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호텔롯데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선정됐고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자 선정 사업설명회에도 참여했다. 지난 2월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제1여객터미널 사업권 4개 중 3개를 반납했지만 공항공사 측이 향수·화장품 사업권(DF1)과 탑승동 전품목 사업권(DF8)을 통합한 임대료를 이전대비 30%, 피혁·패션 사업권(DF5)은 이전 대비 48% 가량 낮추면서 임대료가 원하던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판단에서다.

한 SRE 자문위원은 “사드 이슈가 사라지는 등 롯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고 잠실 월드마트 면세점 특허를 유지해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 지위를 수성할 수 있다면 등급 조정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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