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월 우승 가뭄 끝낸 양희영의 긍정 마인드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

LPGA 시즌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 우승
2019년 4승 뒤 4년 9개월 만에 통산 5승
성적 부진 등 시련 극복 비결은 인내와 긍정마인드
34세로 올해 우승자 중 최고령 "나이는 숫자에 불과"
우승상금 26억원 잭팟..메인스폰서 없는 설움 씻어내
릴리아 부, 올해의 선수도 석권..한국 5승 합작
  • 등록 2023-11-21 오전 1:10:00

    수정 2023-11-21 오전 7:07:29

양희영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웃고 있다. 양희영은 이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포기하지 마세요.”

양희영(3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에서 길었던 우승의 침묵을 깼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한 양희영은 12번홀까지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에 1타 차 2위를 달리다 14번홀(파4)에서 샷 이글을 잡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로 나선 양희영은 이후 17번(파5)과 18번홀(파4)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를 쳐 나사와 교포 선수 앨리슨 리(이상 24언더파 264타)의 추격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이후 긴 우승 침묵에 들어갔던 양희영은 약 4년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우승으로 양희영은 올해 LPGA 투어 대회 중 최고령 선수 우승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1989년생인 양희영은 올해 만 34세다.

우승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양희영은 “정말요?”라고 되물은 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꿈을 꾸고 노력하자”라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양희영은 여러 번 시련을 이겨냈다.

그는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양희영의 부모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아버지 양준모 씨는 국가대표 카누, 어머니 장선희 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모에게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은 양희영은 호주에서 골프유학을 하며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2006년에는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인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ANZ 마스터즈에 출전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미국에서는 동갑내기 미셸 위가 두각을 보여, 양희영은 ‘남반구의 미셸 위’로 불렸다.

2008년 프로로 전향한 양희영은 LPGA 투어로 직행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일찍 꽃을 피우지 못했다.

우승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3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거뒀다. 그 뒤로도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부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2014년 말이었다. 그는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은둔’을 시작했다. 대회에 나가지 않은 채 집에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골프가 전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깨달음의 시간을 거친 뒤에서 두 번째 우승이 찾아왔다. 2015년 2월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통산 2승을 거뒀다. 2017년과 2019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양희영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달라지다 보니 그게 잘 안됐다”며 “‘잘하면 더 잘하겠지’라는 기대가 커졌고 그런 게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다시 긴 우승 침묵이 이어졌다. 2019년 상금랭킹 17위까지 올랐던 성적은 2020년 66위, 2021년 37위, 2022년 58위를 기록했다. 또다시 양희경에게 찾아온 시련의 시간이었다.

올해 16번째 시즌을 시작한 양희영은 자연스레 ‘은퇴’를 떠올렸다. 그는 우승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골프를 해오면서 기복도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시간은 없었다”라며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고 선수 생활을 할 날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긍정의 마인드였다. 양희영은 “이전까지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웃으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의 긍정 마인드는 이날 경기 때 쓰고 나온 모자에서도 발견했다. 올해 후원사를 찾지 못해 기업의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선 양희영은 빈자리에 대신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그려 넣었다.

양희영은 “올해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는데 모자를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 모양을 수로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공에도 같은 모양을 그려 경기 중에 사용하고 있다. 이날 우승으로 200만달러(약 25억8900만원)의 상금을 받은 양희영은 올해 후원사 없이 시즌을 끝낸 설움도 한꺼번에 씻어냈다.

최종전이 끝나면서 이번 시즌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도 모두 가려졌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둔 릴리아 부(미국)는 이번 대회에서도 4위(21언더파 267타)에 올라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까지 모두 차지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을 놓고 경쟁했으나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밀려 아쉽게 역전하지 못했다. 김효주는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13위, 티띠꾼은 공동 5위(20언더파 2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앞서 유해란은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해 2019년 이정은 이후 4년 만에 한국 신인왕의 계보를 이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5승을 합작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고진영이 HSBC 위민스 챔피언십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2승을 거뒀고, 유해란(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 김효주(어센던트 LPGA 베네피팅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양희영이 이번 대회에서 1승씩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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