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모자 쓰고 화려한 부활…양희영 “다음 목표는 US여자오픈 정상”(인터뷰)

LPGA 투어 최종전에서 4년 9개월 만에 우승
메인 후원사 없어 모자에 ‘스마일’ 수놓아 화제
테니스 엘보 부상으로 선수 은퇴 기로에도
“16년간 골프 선수로 생활하며 인생 배워”
세계랭킹 15위로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 노려
“두 번째 올림픽 출전한다면 그만한 영광 없을 것”
  • 등록 2023-11-27 오전 6:00:00

    수정 2023-11-27 오전 6:00:00

양희영이 지난 20일 LPGA 투어 2023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스마일’이 그려진 공을 들어 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친다는 선수들이 모인 LPGA 투어에서 16년간 시드를 유지하면서 우승도 5번이나 했어요. 이 정도면 성공한 골프 인생 아닌가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양희영(34)(사진)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그저 골프가 좋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무려 4년 9개월의 길고 길었던 우승 공백을 깬 것에 대해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한 것 같아 더 기쁜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아직도 정신이 없어요. 2019년 우승 이후 4년 동안 나이도 들고 부상에도 시달렸었죠. 항상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다시 우승할 날이 올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럴까요. 이번 우승은 왠지 더 각별한 것 같아요.”

민무늬 모자에 수놓은 ‘스마일’…그의 여정과 꼭 닮아

양희영은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23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푸른색 우승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화려한 트로피와 200만달러(약 26억원) 우승 상금을 받아든 그에게서 눈길을 끈 건 머리에 쓰고 있던 흰색 바이저(모자). 메인 후원사 로고가 새겨져 있어야 할 그의 모자엔 익숙한 스마일 문양이 전부였다. 양희영은 최근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메인 스폰서 계약이 끊겨 이번 대회에 민무늬 모자를 쓰고 출전했다. 그는 “모자를 그냥 민무늬로 두기는 싫고, 뭐라도 귀여운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려 넣었다”며 “막상 스마일 문양을 달고 나니까 부담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돌아봤다.

웃는 얼굴을 표현한 ‘스마일’ 문양에는 지난 16년간 양희영이 걸어온 LPGA 투어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년 전 취미로 암벽 등반을 시작한 그는 너무 운동을 열심히 한 나머지 왼쪽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팔꿈치 염증)’ 진단을 받았다. 원래 오른쪽 팔꿈치도 안 좋았던 그는 왼쪽 팔꿈치마저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서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양희영은 “오른쪽 팔꿈치가 아플 때는 백스윙만 안 됐다면, 왼쪽 팔꿈치는 임팩트, 팔로 스루까지 할 수가 없어 더 힘들었다. 스윙이 주춤하니 거리는 줄고 공은 양방향으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한동안 골프가 너무 하기 싫고 ‘이러다 강제로 은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지난해 시즌 말미 두 달 가까이 휴식을 취한 것이 보약이 됐다. 연습량을 줄이자 통증이 줄고 무엇보다 다시 골프가 그리워졌다.

부상 악령에서 벗어난 양희영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선 2라운드 9언더파, 3라운드는 8언더파 등 이틀간 17언더파를 몰아치면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최종 4라운드에서 샷 이글 포함 6타를 줄이면서 대회 72홀 최소타 우승을 일궈낸 그는 늘 따라붙던 ‘뒷심 부족’ 꼬리표도 보란 듯이 떼냈다.

양희영은 “전에는 긴박한 상황에 많이 떨었고 실수를 하고 나면 ‘왜 이것 밖에 안되나’라는 자책도 많이 했지만, 이번 최종전은 긴장도 덜 되고 매 샷마다 집중이 정말 잘됐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양희영(사진=AFPBBNews)
◇ 16년간 롱런…LPGA 투어 한국 선수 통산 상금 2위


양희영은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게 골프”라며 “골프로 인생을 배워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이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걸 잘 안다”며 “그동안 해 온 것처럼 동계훈련 포함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6년 동안 롱런한 비결로는 ‘균형’을 꼽았다. 양희영은 “저도 20대 초중반에는 목표 의식이 심하게 강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오로지 골프만 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하면서 3년을 보내니 번아웃이 왔다. 골프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양희영은 “운동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힘들 때는 쉬면서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여 한다. ‘나’라는 존재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5번째 우승으로 다시 동력을 얻은 양희영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그가 가장 우승하고 싶다고 밝힌 대회는 US 여자오픈. 최근 6년간 성적은 썩 좋지 않지만,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무려 7번이나 10위 안에 들 만큼 강한 면모를 보였던 대회다. “최근 부담감을 많이 느끼면서 컷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전 대회를 복기한 그는 “내년엔 긴장감에서 벗어나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보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올 시즌 세계랭킹을 15위까지 끌어올린 양희영은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도 노릴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2번째 올림픽 도전 기회를 잡게 된다. 그는 “워낙 한국 여자골프가 강해 다시 올림픽에 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 했다”며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만한 영광은 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희영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통산 상금 1388만 2919 달러(약 181억원)를 모아 LPGA 투어 전체 11위에 오른 그는 한국 선수 중에선 박인비(1826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최종전에서 받은 상금 200만달러는 LPGA 투어 상금 중 최다 우승 상금이다.

그는 동계 훈련 계획에 대해서는 “플로리다에서 할 예정인데 일주일만 더 쉬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우승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는 듯, 모자에 수놓은 ‘스마일’처럼 활짝 웃으면서 말이다.
양희영의 드라이버 티샷(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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