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김태성 음악감독 "OST=상품, 편견 깨고파"(인터뷰)

  • 등록 2019-01-11 오전 7:00:10

    수정 2019-01-11 오후 3:21:39

김태성 음악감독(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다들 드라마에서 음악은 ‘상품’이라고 한다. 제 생각은 다르다. ‘위 올 라이’(We all lie)는 연출적으로 접근했다. 처음부터 엔딩과 맞물려 사용하고자 만들었다. 13회에 나온 슬로우 버전이 원곡이다.”

인기리 방영 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 미니시리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또 다른 재미는 음악이다. 중독성 강한 엔딩곡 ‘위 올 라이’는 영어 가사임에도 실시간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었다. 각종 예능에서도 사용된다. 이례적인 풍경이다.

‘SKY캐슬’의 음악은 김태성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위 올 라이’는 김 감독이 이끄는 음악팀 모노폴 소속 최정인이 작곡했다. 가수 하진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김 감독의 전작인 OCN 드라마 ‘손 the guest’(2018) OST ‘썸웨어(Somewhere)’ 버전 중 하나를 그가 불렀다. 익숙한 드라마 OST 공식에서 벗어난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누구나 하는 걸 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 감독의 굳은 의지는 드라마 곳곳에서 드러난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 여백의 미를 통한 극도의 긴장감 조성 등 색다른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입시를 소재로 하고 주부들이 주인공이다. 드라마의 본질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충무로의 스타 음악감독이다. 2004년 영화 ‘안녕!유에프오!’를 시작으로 서른 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영화 ‘1987’로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해의 OST,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을 수상했다. 한번 인연 맺은 감독과 오래 가기로 유명하다. 김한민·이병헌·이수진 감독과 늘 짝을 이룬다. 김철규 PD와 인연으로 tvN ‘응급남녀’(2014)를 시작으로 1년에 1편 정도 드라마도 맡고 있다. ‘SKY캐슬’과 ‘손 the guest’도 제작진의 러브콜에 참여하게 됐다.

‘손 the guest’(왼쪽)와 ‘SKY캐슬’ 모두 김태성 음악감독의 작품이다.(사진=스튜디오드래곤, HB엔터테인먼트·드라마하우스)
―‘SKY캐슬’은 어떻게 참여했나.

△평범한 드라마로 오해 받기 쉽다고 생각했다. 주부들이 주인공이고 입시를 소재로 한다. 음악을 색다르게 갔으면 하는 조현탁 PD님의 뜻이 있었다. 처음 1,2회 대본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팀(모노폴)에 대본을 보여줬는데 “재미있긴 한데…” 였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조현탁 PD님의 말에 마음이 기울었다. ‘손 the guest’처럼 장르물도 좋지만 다음 작품은 가벼운 걸 하고 싶었다. 물론 극이 전개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JTBC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SKY캐슬’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11월 23일 첫 방송한 ‘SKY캐슬’은 1%대 시청률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고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방송한 14회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15.78% 시청률을 기록했다. 남은 회차는 6회.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감독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상상도 못했다. 매회 기가 빨려 몸이 아프다. (웃음) 14부가 매우 중요한 회차인데, 14회가 끝난 다음엔 앓아누웠다. (14회 엔딩에 사망한) 혜나(김보라 분) 캐릭터에 감정 이입했던 영향도 있다. 그러고 보니 ‘손 the guest’도 김홍선 PD님 ‘힐링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1월 종영한 ‘손 the guest’는 퇴마물이었다)

‘SKY캐슬’ 스틸컷(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남의 가정을 파멸시키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은 슈베르트의 ‘마왕’을 즐겨듣는다. 독일 문학가 괴테가 가사를 쓴 ‘마왕’은 마왕에게 자식을 빼앗긴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처럼 라벨의 ‘볼레로’,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등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다. 이밖에도 탱고 등 아는 만큼 보이는 즐거움이 있다.

△전공이 클래식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표면적으로 극적인 설정들이 있지만 숨겨진 의미가 더 깊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을 활용했다. 특히 차민혁(김병철 분) 교수 관련 신에 클래식이 자주 등장한다. ‘꼰대’ 같은 인물 아닌가. 그런 사람을 표현하는 데 클래식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노승혜(윤세아 분)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권위적인 남편이 만든 스터디룸을 개조한다. 이때 흘러 나온 음악은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다.(사진=‘SKY캐슬’ 방송화면 캡처)
―차 교수와 딸 세리(박유나 분)의 공항신에서 영화 ‘라붐’(1980)의 대표곡 ‘리얼리티’가 흘러나오는 점도 유쾌하다.

△경직된 인물이 무너지는 포인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무거운 드라마이지만, 시청자들이 이 인물을 다른 시선으로 봤으면 했다. 차 교수는 굉장히 권위적인 인물이다. 음악을 통해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믹서를 던지는 등 다소 폭력적인 묘사도 있었다. 촬영은 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 성장하는 캐릭터로 캐릭터 스스로 진화한 게 아닌가 싶다. 차교수-노승혜(윤세아 분) 가족은 그런 성장형 가족으로 음악 콘셉트를 잡았다.

영화 ‘라붐’의 대표곡 ‘리얼리티’가 삽입된 차민혁(김병철 분)과 딸 세리(박유나 분)의 공항 상봉신.(사진=‘SKY캐슬’ 방송화면 캡처)
―강준상(정준호 분)-한서진(염정아 분) 가족의 음악 콘셉트는 어떻게 되나.

△복잡하다. 여러 가지 비밀을 품고 있다. 막내 예빈이(이지원 분)을 제외하고 구성원 모두 욕망 지향적이다. 한서진을 중심에 놓고 한서진의 감정 중심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코믹도 있지만 진지함도 있다. 한서진이 아닌 곽미향으로 혼자 독백을 하거나 “아갈머리” 같은 대사를 할 땐 다른 색깔의 음악이 나온다. 한서진과 곽미향을 각 다른 인물처럼 각각의 테마를 잡았다. 한서진은 다양한 층위를 가진 인물이다. 매회 흐름에 따라 톤앤매너가 다르다. 캐릭터가 가진 복잡성이 있다. 인물의 결말이 궁금하다.

―극중 ‘SKY캐슬’ 가족들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지만 김주영 선생은 그렇지 않다. 음악 콘셉트를 어떻게 잡았나.

△‘마왕’이 딱이다. 악의 화신이다. 제작진으로서는 흥미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SKY캐슬’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명상실 장면에선 음악이 ‘이상하게’ 들리길 바랐다. 명상실이란 공간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예서(김혜윤 분)도, 영재(송건희 분)도 명상실에서 세뇌를 당한다. 그 공간에서 하는 김주영의 말은 주술 같은 힘이 있길 바랐다. 김주영이 영재에게 하는 이야기를 그림자 인형극으로 표현했는데 이 장면의 음악도 아름답지만 기괴한 콘셉트로 잡았다.

―6화에서 예빈과 수한(이유진 분)의 일탈을 보여주는 과자봉지 신도 색달랐다.

△그것도 ‘이상한’ 장면이니까. 이면의 의미들이 들쭉날쭉하게 드러났으면 했다. 그걸 지켜보는 이수임(이태란 분)의 감정이 그렇지 않나.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감정도 ‘이상한’ 정서였으면 했다.

극중 예빈(이지원 분)과 수한(이유진 분)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며 스트레스를 푼다(사진=‘SKY캐슬’ 방송화면 캡처)
―혜나는 어떤가.

△혜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죽는다. 존재도 인정 못 받고 복수도 못하고 그렇게 끝나버린다. 인물의 서사나 비극성이 ‘손 the guest’의 윤화평(김동욱 분) 같다고 생각했다. 김주영과 혜나는 음악감독으로서 흥미로운 캐릭터다. 김주영의 최후가 궁금하다.

―영화와 드라마 작업 방식 차이가 있나.

△없다. 스스로 설득돼야 하고, 즐거워야 하는 건 똑같다. 다만 드라마가 영화 보다 훨씬 상업적이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감독님, 이건 드라마에요.’ 영화나 드라마나 저에겐 차이가 없으니까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다. 간접광고(PPL)와 늘 싸우고는 있다. (웃음) 화면에서 상품이 노출되는 순간에도 배우의 연기나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끔 음악 연출을 해야 한다. 어렵다. 물론 드라마만의 재미도 있다. 반응이 즉각적이다. 영화는 개봉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보람도 크다.

―‘위 올 라이’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팬 분들의 반응들이 재미있다. 코드가 4개밖에 없는 쉬운 곡이다. 커버송이 자주 올라온다.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으로 모두 들어보고 있다.

사진=‘SKY캐슬’ 방송화면 캡처
―하진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불렀다.

△‘손 the guest’ OST ‘썸웨어(Somewhere)’ 다른 버전을 그가 불렀다.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했다. 10년 동안 코러스를 했는데, 실력에 비해 덜 주목 받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억이 좋아 이번에도 같이 하게 됐다.

―앞서 ‘SKY캐슬’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라쇼몽’에 비유했다.

△전적인 제 해석이다. 14회가 중심이라 생각했다. 요즘 드라마는 처음부터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추리를 해나간다. 그런 방식이 너무 흔하니까 우리 드라마는 14회를 위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갔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14회를 중심으로 음악도 설계했다. 1회 엔딩인 이명주(김정난 분)의 사건 전까지는 일종의 트릭이다. 가벼운 코미디물처럼 음악도 흘러간다. 1회에서 사용한 음악은 정말 1회에서만 썼다. 1회 엔딩이 끝나면서 ‘위 올 라이’가 나오는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걸 알리는 거다. 14회도 또 다른 변곡점이다.

이명주(김정난 분)의 죽음으로 마무리된 1부 엔딩(사진=‘SKY캐슬’ 방송화면 캡처)
―14회 만큼 1회 엔딩도 충격적이다.

△1회에서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음악을 다 뺐다. 그리고 갑자기 ‘탕’ 소리가 난다. 처연한 음악을 먼저 깔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다. 조현탁 PD님도 걱정하셨다. “우리 드라마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설득했다. 1회 반응이 좋아서 14회 엔딩도 그런 방식으로 갈 수 있었다. 시청자가 흔히 예상하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걸 배반하는 엔딩 연출이 재미있다. 15회부터 2막이 시작한다. 새로운 음악들도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손 the guest’도 큰 사랑을 받았다.

△애청자들에게 고맙다. 애정하는 작품이다. 그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극중 인물들에게도, 좋아해준 시청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매번 ‘힐링 드라마를 해야지’ 하고 마음먹는데, 그게 잘 안된다. 자꾸 속고 있다. (웃음)

―김홍선 PD와 호흡이 좋았다.

△‘손 the guest’는 대본부터 제 취향이었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를 하면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더 생겼다. ‘손 the guest’가 그걸 채워줬다.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선 재미난 작품이다. 김홍선 PD님과 차기작도 함께 하자고 했다. 회자될 만한 멜로를 하자고 했다. 둘 다 멜로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다.

김 감독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인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SKY캐슬’과 함께 영화 ‘극한직업’, ‘우상’ 등을 작업 중이었다. 아침 요가를 즐길 만큼 아침형 인간이었지만 ‘SKY캐슬’ 이후 ‘야행성’이 됐다. “이상하게 자꾸 잠이 온다”는 너스레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한동안 드라마를 영화 보다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그는 “이번에 드라마의 새로운 역할과 매력을 발견했다. 새로운 예술의 영역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종영 후에도 회자되는 ‘SKY캐슬’이 됐으면 좋겠다. 6회 쯤 됐을 때 ‘우리는 이제 깊이가 중요하다’ 싶었다. 음악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생각할 여지를 줘서 시청자들이 ‘두고두고 돌려 보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 드라마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물음표 혹은 화두를 던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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