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은 금록빛 비단벌레를 어떻게 활용했을까[알면 쉬운 문화재]

비단벌레 공예품, 최상급 무덤서만 발견
쪽샘 44호서 '비단벌레 꽃잎장식 말다래' 출토
황남대총·금관총서도 비단벌레 장식 나와
  • 등록 2023-07-08 오전 7:00:00

    수정 2023-07-08 오후 4:06:52

금록빛비단벌레(사진=게티 이미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비단벌레’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곤충 가운데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몸체에서 초록색 또는 금록색으로 화려한 광택이 나기 때문이죠. 특히 비단벌레 성충의 초록빛 딱지날개는 영롱한 광채 때문에 삼국시대부터 공예품 장식용으로 널리 애용됐어요. 온몸에서 무지개 빛을 뿜어내는 화려함에 ‘왕의 곤충’으로 불리며 최고급 공예장식으로 사용됐죠. 이런 연유로 비단벌레를 활용한 공예품은 최상급 무덤에서만 발견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비단벌레를 활용해서 어떤 장식품들을 만들었을까요.

경주 쪽샘 44호분 비단벌레장식 말다래 재현품(사진=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최근 10년 간의 발굴 조사를 마무리한 ‘경주 쪽샘 44호 발굴조사 성과 시사회’에서는 화려한 ‘비단벌레 꽃잎장식 죽제 말다래’ 재현품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어요.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비단벌레 말다래 하부 죽제 편조물을 바탕으로 만든 것인데요. 그간 다른 무덤에서 비단벌레를 활용한 장식이 출토된 적은 있지만,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말다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비단벌레 꽃잎장식 말다래’는 영롱한 금록빛의 비단벌레 날개가 화려한 꽃잎 장식으로 둔갑한 형태예요. 날개 가장자리에는 금동 테두리를 달아 열십(十)자 모양으로 배치했어요. 가운데에는 원형의 금 장식품을 엮어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꽃잎을 완성했죠. 이후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겹 덧대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 장식을 만들었어요. 한쪽에만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는데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이에요.

기존에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출토됐던 말다래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마(天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었어요. 반면 이번 출토 유물은 비단벌레를 모티브로 매우 화려한 장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죠.

황남대총 출토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아래)와 재현품(사진=국립경주박물관).
경주 황남대총에서는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가 출토됐어요. 이 유물은 목심 2개를 접합한 뒤 그 위에 자작나무 껍질 두겹을 깔고 비단벌레 날개를 세로 방향으로 촘촘히 깔아 붙였어요. 황금빛과 비단벌레 특유의 영롱한 초록빛이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최상의 공예품이죠. 금속공예가 최광웅씨가 이 말안장 뒷가리개를 복원하는 데 1000마리 분의 비단벌레 날개를 사용했다고 해요. 비단벌레 장식품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금관총에서 나온 말다래 조각에서도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발견됐어요. 금관총 말다래는 직물 위에 대나무판을 올린 다음 비단벌레 날개 장식을 얹었어요. 그리고 천마가 새겨진 금동장식판을 덮은 뒤 구멍을 뚫고 나사를 꽂아 판 전체를 고정시켰죠. 금관총 말다래에는 3000~4000마리의 비단벌레 날개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신라인들이 왕릉을 꾸미는데 엄청난 공력을 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쉽게도 비단벌레는 완도 등 전남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비단벌레 개체 수가 매우 적어 2008년 10월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됐답니다.

금관총 출토 말다래 조각(사진=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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