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융합, 동상이몽인가…서울시향 사태 보니

전문경영인 박현정·예술인 정명훈 충돌
"정 감독 지시면 규정 무시" vs "난 음악인…회사 잘 몰라"
고양문화재단도 기업CEO 출신 대표와 내분 겪어
카라얀은 경영진과 대립하다 해고되기도
"예술에 조예 깊은 경영인 영입해야"
  • 등록 2014-12-15 오전 6:42:20

    수정 2014-12-15 오전 7:49:10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양대 수장인 박현정 대표(왼쪽)와 정명훈 예술감독. 삼성 출신의 전문경영인 박 대표와 세계적인 음악가인 정 감독의 치열한 공방전은 결국 예술과 경영이 충돌이 극대화한 형태로 드러났다(사진=이데일리DB·뉴시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연간 140여회 공연, 유료 관람객 비율 92%, 연간 총 관람객 수 10만명 이상. 국내 대표 예술단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집안싸움으로 문화계가 시끄럽다.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논란’으로 촉발된 사태는 박 대표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결국 본질은 ‘예술’과 ‘경영’의 충돌에 있다. 삼성출신의 전문경영인 박 대표와 세계적인 예술인 정 감독 간의 불협화음이 극대화된 것이란 분석이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곪았던 문제가 결국은 터진 것”이라며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 결국 서울시향만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정 무시한 사조직” vs “음악인이라 회사 몰라”…박 대표와 정 감독의 날선공방

지난 5일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감독에 대한 비리를 폭로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은 정 감독 지시라면 규정도 무시하고 예산 전용을 예사로 생각했다”며 “규정과 절차를 수시로 무시하는 사조직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의 나태하고 방만한 조직문화에 놀랐다”면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 감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정명훈의 왕국 같았다”고 비꼬았다.

박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정 감독도 반격에 나섰다. 그간 해외에 머물며 침묵해 온 정 감독은 10일 귀국해 곧바로 참석한 서울시향 공연 리허설에서 “난 음악하는 사람이라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며 음악 외에는 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표의 막말에 대해서는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박 대표의 폭언 등은) 인권에 대한 문제이며 인권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것을 참을 수 없어 내가 먼저 예술감독직을 관두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공방으로 볼 때 결국 그 안에는 예술이 어떻게 경영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극단의 이견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예술에 전문경영의 잣대를 들이댄 박 대표와 예술은 예술 자체로 놔둬야 한다는 정 감독의 첨예화된 대립인 것이다.

△예술과 경영은 ‘물과 기름’…문화계 전문경영인 없는 이유

박 대표와 정 감독 공방으로 불거진 예술과 경영의 본격적인 대립은 비단 서울시향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불화를 겪었던 사례는 국내외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예로는 2008년 박웅서 전 고양문화재단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2007년 1월 취임했으나 결국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했다. 박 전 대표는 삼성물산 부사장과 삼성석유화학 사장, 삼성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닌 삼성출신의 전문경영인으로 고양문화재단 직원들과의 내분으로 인해 심리적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공연계 한 관계자는 “CEO 출신인 박 대표가 부임해오면서 기존의 경영마인드로 문화재단을 운영하려고 해 직원들과의 충돌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도 유사한 예가 있다. 세기의 지휘거장으로 평가받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로린 마젤이 빈국립오페라극장 경영진과 대립하다 음악감독직에서 해고된 적이 있다.

△대안은 없나…수평적 패러다임 확립해야

문화계 쪽 전문가들은 경제·경영마인드로 문화를 운영하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운영과 공연기획, 티켓판매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담당해 줄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경제논리로만 문화계를 바라보면 균열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 역시 적절한 절차와 규칙을 지키면서 예술활동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구태의연하고 주먹구구식인 문화계 운영에선 벗어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건 예술과 경영의 ‘수평적 패러다임’이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이 잘 맞아야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는 “무턱대고 기업의 잣대를 들이대 문화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위험하다”며 양쪽이 수평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수익창출이 주 목적인 경제경영과 공공분야의 예술경영은 엄연히 다르다”며 “방법은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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