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권력은 과연 공평한가

거꾸로 뒤집어진 닮은꼴, 영화와 현실은 다른 세계
핫이슈 워마드·김경수 수사, 양심적인 공평한 판단 기대
  • 등록 2018-08-14 오전 5:00:00

    수정 2018-08-14 오전 5: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발부. 김경수 특검. 최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핫이슈다. 검찰이 워마드 운영자를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워마드를 옹호하던 여
성단체들은 여성혐오를 일삼던 일간베스트(일베) 수사와의 차별성을 들어 경찰의 편파성에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시민들 입장에선 아직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사안은 운영자가 설령 구속된다 할지라도 여성단체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긴 힘든 처리 과정으로 보인다. 이건 법 이전에 수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는 것이고 표적 수사를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업주구속부터 법원판결까지의 과정에서 해소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선 우리 사회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대한 마뜩치 않은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항상 사건은 법적으로 해결되지만 그 후유증은 불쾌함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표적 수사의 선상에 오른 또 다른 핫이슈가 김경수 소환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연일 이어지는 수사관의 질문에도 일관되게 무혐의와 표적수사를 외치고 있다. 검찰은 확고한 혐의입증을 자신하고 있으며 드루킹과의 대질에서도 드루킹은 현장에서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진술까지 함으로써 혐의를 더욱 굳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지사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기자들 앞에서 보인 그 당당함과 여전한 결의만을 보면 혹시 표적수사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다. 역시 이 사건에서도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법 이전에 양심과 도덕, 정의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

얼마 전 안타깝게도 한 국회의원이 자살한 사건은 도덕이 없는 정치판에 도덕을 외치면서 사라진 한 인간의 뜨거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또한 뜨겁게 했다. 그 자살은 법적으론 범죄였으나 법을 초월한 인간의 양심과 도덕을 죽음으로 증명함으로써 법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최근 뜨거운 여름을 더 달구는 극장가의 흥행 폭탄들은 현실의 시류를 그대로 담고 있다.

‘신과 함께’는 현실재판을 못 믿으니 저승에 가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고자 하는 민간의 염원을 현실화했다.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에는 임무를 해결하는 IMF라는 조직이 있다. 이들은 국가정보국 CIA 보다도 훨씬 인간적으로 활동한다. CIA가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인 집단이라면 IMF는 아무리 대의를 위한다 해도 무고한 한 명의 생명조차 소중히 여기는 철학과 원칙을 구사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현실에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정부나 CIA를 못 믿겠다는 불신의 발로인 것이다.

‘인크레더블2’에서도 불신과 배신의 서사는 이어진다. 슈퍼히어로들을 대접해 준다고 했던 인물이 가장 사악한 인간으로 변신한다. ‘마녀’ 역시 순진하게 보였던 아이가 알고 보면 제목 그대로 마녀였다는 놀라운 배신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과 배신의 풍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 서사의 기원이 다름 아닌 정치권이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으로 발전한다. 끝없는 정권교체와 권모술수만이 판치는 정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원흉이 된다. 영화는 그런 현실을 역으로 증명해 준다.

현실은 충족되지 않은 비밀과 억울함의 현장이고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그 이뤄지지 못한 소망을 속 시원히 충족시켜주는 매체다. 그래서 현실과 영화는 거꾸로 뒤집어진 닮은꼴이 된다. 영화에서 발생하는 일은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 속 이상적인 현실을 본받아 현실을 영화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즉 영화는 현실의 이상주의가 달성되는 지점인 것이다. 부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두 사건이 ‘신과 함께’의 공정한 재판처럼 양심적이고 공평한 판단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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