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주인들 "호가 올릴게요"…중개업소 전화 불난다

르포/LTV·DTI 완화…주말 시장 어땠나
  • 등록 2014-08-04 오전 6:01:00

    수정 2014-08-04 오전 11:23:34

[이데일리 박종오 임현영 기자] “집값을 2000만원 더 올리겠다고 하네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부동산넷 공인중개사사무소.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를 막 끝냈다는 박우식 대표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통상 요즘 같은 ‘칠말팔초(7월 말~ 8월 초)’는 부동산업계의 최대 비수기다. 사람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나는 까닭에 집 사겠다는 문의가 뚝 끊겨서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이 시기에는 문을 닫고 쉬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날 문 연 강남지역 중개업소들에서는 전례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느닷없이 매도 호가를 수천 만원씩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연락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주택 매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도 크게 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시세표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강남 아파트 호가 최고 5000만원↑

실제로 잠원동 녹원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의 경우 8억500만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까지 7억7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한신10차아파트 4지구 전용 53㎡형은 시세가 5억8000만원에서 최근 보름 새 6억원으로 올랐다. 인근 합동부동산 안상현 대표는 “특정 가격 이하로는 집을 안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매수 문의가 드문데도 이처럼 집값이 홀로 뛰어오른 것은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져서다. 이날부터 시중은행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정부의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됐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돼 투자 수요가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느 곳보다 높았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은행 대출액 확대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 호재가 겹친 단지들도 집값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는 일주일 새 호가가 최고 5000만원 올랐다. 정부가 대출 규제와 더불어 대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까지 예고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에 들뜬 집주인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단지 맞은편 삼호공인 이예니 대표는 “지난달 말 11억5000만원이었던 한양1차 79㎡형 시세가 지금은 12억원 선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호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계약이 갑자기 무산되거나 집 팔기를 보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손님과 함께 매물로 나온 집을 보러 가면 집주인들이 그 자리에서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려버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집주인이 계약 직전 갑자기 가격을 올려 거래가 중단되거나, 은행 빚 압박에 집을 내놓았다가 일단 대출을 더 받기로 하고 버티기에 들어가기도 한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서울 강북지역은 잠잠… “휴가철 이후 시장 움직일 것”

반면 서울 강북지역은 강남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튿날인 지난 2일 찾은 강북구 길음·미아·삼양동과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영업 중인 곳이 드물었다. 젊은층의 거주 선호도가 높은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2단지나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 등은 현재 전세가율(전셋값 대비 매매가격 비율)이 70~80%에 달한다. 그랑빌 전용 60㎡형의 경우 전세 세입자가 5000만원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여기에 은행 대출 규제까지 완화됐으니 여느 때보다 매매로 갈아타기가 한층 수월해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고 문의 자체도 적다보니 중개업소 태반이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났다. 삼양동 조은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계속 내리는 추세여서 대출액이 늘어도 굳이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드문 편”이라고 전했다. 김동헌 114공인 사장은 “집주인이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고 은행 대출을 더 받아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하고 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여지가 크다”며 “그렇게 되면 서민 피해만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도 시장이 아직까지 잠잠한 편이다. 일산신도시 주엽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이제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며 간간히 문의해 오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휴가철 이후인 이달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주택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 거주자가 재계약을 앞두고 집 사기를 고민하는 등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조치의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영 LBA압구정공인 대표는 “지금이야 전통적인 비수기라 매수세가 뜸한 편이지만 추석을 전후해 거래가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서현동 분당공인 관계자는 “벌써부터 문의가 늘어나는 등 집값이 조금씩 오르려는 분위기”라며 “휴가철이 끝나면 주택 가격도 본격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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