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구제가 경제적 이익…전세사기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만났습니다]①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인터뷰
전세사기 피해자 회생절차 신청 시작…“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개인도산 통계 첫 발표…데이터 분석으로 경제정책 반영
개인회생 2030세대 신청건수 증가…“오히려 경제적으로 긍정적”
경제 환경 변화 대응해 다양한 제도 마련
  • 등록 2023-05-17 오전 6:00:00

    수정 2023-05-17 오전 6:59:01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회생법원으로 새로 전입 온 판사들에게 민·형사 재판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민사 재판 시 판사가 채권자를 위한 집행권원 작성 업무를 한다면, 회생법원은 반대로 채무자들의 신속한 재기와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채무자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안병욱(사법연수원 26기) 서울회생법원장은 지난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업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법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과 동시에 1990년 제2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9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7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올해 2월에는 제4대 서울회생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안 법원장은 “과거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면책시켜주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회생법원 판사로 지내며 회생법원을 찾는 채무자들의 재기를 도우면서 이들의 구제가 사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전세사기 관련 회생사건이 접수되기 시작하면서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시작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으로 번진 전세사기는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구제에 나서기로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 법원장은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전세사기 문제의 심각성과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에 관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주시하고 있었다”며 “법관들 사이에 여러 피해 유형에 대해 공통적인 피해자 구제책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회생파산사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사기의 경우 사건의 유형과 피해자에 따른 피해 경위와 내용, 적절한 구제책의 내용이 달라서 선제적으로 일률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 법원장은 “향후 서울회생법원에 전세사기 사건 관련 신청이 다수 접수돼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유형화할 수 있게 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공통적으로 다루어야 할 요소들을 추출해 통일적인 구제책이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수립 자료로 활용…첫 개인도산 통계 발표

서울회생법원은 개인도산 통계자료를 개인도산 제도의 개선 또는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서 활용하자는 의견을 들어 올해 처음으로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안 법원장은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에 관한 일정한 자료, 파탄원인, 채무의 종류, 신청인들의 연령대, 주거형태 등에 관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데이터화해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이에 2019년에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 구체적인 실시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됐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개인도산 사건에 관한 통계자료를 취합해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성한 개인도산 관련 통계결과 보고서는 작년까지 법원 내부의 참고자료로써만 활용됐으나, 개인도산과 관련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법원 외부의 기관들에게 정책결정 내지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 자료로 활용하게 할 목적으로, 2022년 통계결과보고서부터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안 법원장은 “향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년 상반기 중에 전년도의 개인도산 관련 통계결과보고서를 연 단위로 작성해 공개할 계획이다”며 “올해부터는 법인 도산에 대한 통계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2년 연령대별 개인회생 통계(자료=서울회생법원)
지난해 개인회생 2030세대가 절반…“신청건수 증가는 오히려 긍정적”

서울회생법원이 공개한 개인도산 통계자료를 보면 2030세대가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결과를 보면 30~39세(1983년부터 1992년) 건수는 4658건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한다. 이어 40~49세(1973년부터 1982년) 건수가 4132건(27.9%)로 뒤를 이었고 50~59세(1963년부터 1972년) 2784건(18.8%), 29세 이하(1993년 이후 출생자) 2255건(15.2%) 순이다.

‘30세 미만 청년’ 신청 추이는 2020년 10.7%, 2021년 14.1%, 2022년 15.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30세 미만 청년’의 가상화폐, 주식 투자 등 경제활동 영역의 확대로 보인다. 그 이외 연령대 비율은 전년도와 비슷했으나 40대 비율은 27.9%로 2021년 29.9% 보다 다소 하락했다.

안 법원장은 “최근 경제활동의 영역이 확대된 청년층에서 재정난에 빠지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반증으로 볼 수 있겠지만, 30세 미만 청년의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실무준칙(2021년 8월 1일)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실무준칙(2022년 7월 1일)이 청년층에 홍보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 확대 경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정난에 빠진 채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하고 조기에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복귀하게 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법원장은 “절차를 지나치게 남용해 개인도산 제도를 더 위험한 투자를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고 채권자들에게 과도하게 수인을 감내하도록 하는 행위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일부 사건에 관해서는 신청기각 내지 면책불허가 결정 등을 통해 절차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지원의 축소, 물가와 금리 인상, 경기 불황 등으로 회생파산 신청건수는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어 서울회생법원은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안 법원장은 “법인파산 사건의 증가에 대응해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올해 4월부터 법인파산관재인 후보자명단의 갱신 작업을 시작했고, 총 33명의 법인파산관재인 후보자를 올해는 더 증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개인회생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과도한 보정권고 지양, 보정권고 메시지 알림 제도 등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도입 가능한 적절한 방안을 서울회생법원 판사들과 논의해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프로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제25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대구지법 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제4대 서울회생법원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