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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재작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에서 전용면적 33㎡(약 10평)짜리 옷가게를 낸 A씨(33세). 3~4년 전부터 이른바 ‘경리단길’ 상권(옛 육군중앙경리단 건물부터 형성된 상권)이 뜨자 권리금 5000만원을 내고 들어왔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가게를 정리하려고 해도 5000만원이나 되는 권리금을 주고 들어오겠다는 신규 임차인이 없어 상가 권리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한 채 폐업해야 할 판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가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남·명동 등 전통적 번화가는 물론 이태원·홍대·망원동·건대 등 새롭게 형성된 대형 상권에서도 장사가 되는 점포만 되는 터라 빈 가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임대료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다. 심지어 장사를 그만 두고 싶어도 이미 내고 들어온 상가 권리금을 돌려받을 길마저 요원해진 이른바 ‘깡통 권리금’ 가게까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장사가 안돼 권리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가게를 접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데도 실직과 고용 불안에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공실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임대료는 계속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조정되지 않으면 건강한 상권이 조성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