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메운 공사장]②늙어가는 건설현장…불법 채용 난무

건설현장 외국인 최대 32만명 추정
합법 채용 외국인은 6.7만명에 불과
건설사들 빠듯한 공사기간 맞추려
취업비자 없는 외국인 고용 ‘고육책’
  • 등록 2019-04-16 오전 5:32:00

    수정 2019-04-16 오전 8:49:54

국내 건설현장이 ‘불법 외국인 근로자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 층은 건설현장을 기피하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인력은 점차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건설현장을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정수영 김기덕 기자] “서른살 막 된 애(근로자)들이 몇명 있긴 해요. 캄보디아, 필리핀 등 외국에서 온 근로자들이에요. 한국사람요? 막 쉰 된 사람이 막내입니다.”

경기도 외곽에 있는 한 공사현장. 일일 투입 인력 30명 정도의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인 이곳 현장엔 내국인 근로자는 10명. 나머지 3분의 2가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외국인 평균 연령은 33세. 내국인은 모두 50대다.

국내 건설현장이 ‘불법 외국인 근로자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층은 건설현장을 기피하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부들은 50~60대에 접어들면서 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대체하고 있다. 젊은층의 3D(Difficult·Dangerous·Durty) 업종 기피 현상, 불안한 고용 안전성, 노동 여건 대비 낮은 임금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젊은층 기피 속 외국인이 메운 건설현장

건설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건설현장 내 40대 이상 취업비중은 2000년 58.8%에서 2017년 83.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에서 40대 비중은 47.5%에서 64.3%다. 특히 건설업 취업자 중 30세 이하 비중은 2019년 2월 현재 우리나라는 5%대로 일본 10%보다 절반 이상 적다.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젊은층이 줄어든 자리를 외국인이 대체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세고 작업 시 안전사고 우려가 높은 형틀목공이나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의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공정은 땅을 평평히 고른 후 직접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을 반복해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사 인력도 가장 많이 필요하지만 작업이 힘들어 국내 근로자들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한 관계자는 “골조공정 하루 투입 인원이 300명이라고 하면 국내 인력은 50~60명,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근로자로 이들 중 80%는 불법 체류자로 보면 된다”며 “작업할 때 명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귀뜸했다.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 고용은 노조가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들이 합법적으로 건설현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반 근로자 취업 비자인 E-9, 또는 방문취업동포 H-2를 받아야 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E-9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1만2000명(2300명씩 5년), H-2를 받은 외국인은 5만5000명로 합법적 취업자는 6만7000명에 불과하다. 건설업계가 추정하는 전체 외국인은 22만에서 32만 사이로, 나머지는 건설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취업비자를 받았거나 체류 기간(최대 4년10개월)이 끝나도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경우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2007년 방문취업제 시행으로 한국 고용시장에 진출한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귀화 등을 통해 숙련공으로 자리잡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부는 노조활동을 하면서 내국인과 같은 근로여건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간 임금 차이는 크게 줄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근로자공제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통 숙련공의 경우 한국인과의 일당차가 조선족은1만원대, 외국인은 2만원 대, 반면 비숙련인력은 한국인과의 차이가 조선적은 1만원 이하, 외국인은 1만원대로 나타났다.

외국인 쿼터제 논란…“공급과잉이다” vs “확대해야”

건설 노조는 사업자들이 외국인 불법 고용을 안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 건설업체 한 대표는 “골조 공사는 힘좀 쓰는 젊은층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건설현장에서 일한다고 하면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다들 기피한다”며 “50~60대 내국인은 숙련공들이긴 하지만 노조원들이 많아 생산효율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건설사들이 관행적으로 나이제한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건설현장 시민안전센터 관계자는 “내국인은 기술이 있다해도 나이 먹으면 건설사들이 잘 채용을 안하려 한다”며 “본사에서 각 공사 현장에 지침으로 58세 이상은 쓰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사실상 나이제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고령자일 수록 일하다가 쓰러지거나 다칠 위험이 많아 채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조직적으로 채용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26만여명에 달하면서 고용 인력을 제한하는 쿼터제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외국인 합법적 취업 인력 최소화 조치로 불법 고용, 노조의 도 넘은 요구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외국인 합법 인력을 확대해야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공사기간 부족문제, 공사액 감소에 따른 인건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쿼터제를 정하는 정부 입장은 다르다. 외국인 취업 비자 규모를 결정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내국인 고용을 위해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영철 건설산업연구소 소장은 “건설업 취업동포 적정 규모 산정을 위한 건설현장 인력 분석한 결과 올해 건설투자액 등 일자리가 줄고 있고, 내국인 여유인력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근로자 공급은 과잉으로 보인다”며 “내국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추가확대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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