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도쿄올림픽 D-16]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의 역사는?

  • 등록 2021-07-07 오전 11:00:00

    수정 2021-07-08 오전 8:05: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자 축구는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나이 제한이 있는 종목이다. 남자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만 23세 이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돼 예외적으로 24세 이하 선수들까지 참가할 수 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올림픽 축구의 나이 제한…왜?

올림픽 축구에서 23세 이하 나이 제한이 적용된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다. 축구 종목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대회인 월드컵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계산에서 나온 기형적인 제도다.

나이 제한을 두자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는 올림픽에서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기량이 만개하지 않은 유망주들 위주로 참가했다. 경기 수준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팬들의 관심이 멀어지자 올림픽 전체 흥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연히 IOC는 반발했다. FIFA와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올림픽 퇴출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FIFA는 IOC를 달래기 위해 선물을 내놓았다. 바로 ‘와일드카드’ 제도다. 만 24세 이상 선수도 3명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적용된 와일드카드의 정식 명칭은 ‘오버에이지 플레이어’(overage players)‘다. 한국에서만 관습적으로 와일드카드라고 부른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뒀다고 해서 FIFA가 통 큰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은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다.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하면 참가할 수 없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어도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들을 올림픽에서 보기 힘든 이유다. 아예 와일드카드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FIFA는 지난 2005년 와일드카드 제도를 폐지하고 23세 이하 선수들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심지어 나이 제한을 21세 이하로 낮추는 방안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IOC의 반발로 실현되지 않았다. 여전히 유럽이나 남미에선 와일드카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역대 최고 와일드카드 선수는?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룬 한국 축구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기자마자 이를 적극 활용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선 당시 축구대표팀 핵심 자원이었던 황선홍, 하석주, 이임생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하지만 이임생은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 경기 도중 발목을 심하게 다쳐 중도 하차했다.

당시 비쇼베츠 감독은 이임생을 대신해 수비수 이경춘을 부랴부랴 한국에서 긴급히 수혈했다. 하지만 급하게 호출된 이경춘은 기존 선수들과 전혀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게다가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까지 겹쳤다. 결국 이탈리아전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한 채 실패한 와일드카드로 남았다.

와일드카드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역대 국가대표 선수들. 손흥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주영, 황선홍, 홍명보(사진=이데일리DB)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는 김도훈, 홍명보, 김상식이 발탁됐다. 하지만 홍명보 역시 대회 직전 부상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같은 수비수인 강철이 대신 합류했지만 홍명보의 빈자리는 훨씬 컸다.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한국은 이후 모로코와 칠레를 잇달아 1-0으로 이기고도 골 득실에서 밀려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2004년 아테네 대회(유상철, 정경호)와 2008년 베이징 대회(김동진, 김정우)에선 와일드카드를 2명만 선발했다. 올림픽 예선부터 고생했던 만 23세 이하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와일드카드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대회는 2012 런던올림픽이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정성룡, 김창수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특히 병역회피 논란이 불거졌던 박주영은 일본과 3-4위 결정전에서 상대 수비수 4명을 제치고 통쾌한 결승골을 뽑아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견인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손흥민이 장현수, 석현준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나섰다. 손흥민은 올림픽 참가에 소극적이었던 소속팀 토트넘을 직접 설득해 어렵사리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8강에서 온두라스에 덜미를 잡혀 탈락하고 나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대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리우 올림픽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공격수 황의조(보르도), 미드필더 권창훈(수원삼성),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와일드카드로 나선다. 손흥민(토트넘)도 와일드카드 참가 의지를 밝혔고 소속팀 토트넘도 동의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할 선수”라며 선발하지 않았다.

브라질의 다니 알베스(상파울루), 스페인의 마르코 아센시오(레알 마드리드),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번리), 프랑스의 앙드레 피에르 지냑(티그레스), 독일의 막스 크루제(우니온 베를린), 일본의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 등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도 이번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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