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무역협상 성공하겠지만…美中간 패권 갈등 이어질 것"

[신년인터뷰]②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中, 내수 중심 구조로 변화…올해 성장률 6.4~6.5% 전망"
"美에 제조2025·국유기업 개혁 타협안 제시할것"
무역협상 성공해도 미중 갈등 구조는 그대로 우려도
  • 등록 2019-01-04 오전 6:00:00

    수정 2019-01-04 오전 6:00:00

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교수[사진=김인경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지난해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무역전쟁’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결과 중국은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기까지 침체 위기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패닉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류루이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중국 경제가 내수 위주로 전환하며 공산당이 소비 진작을 위한 제도를 내놓고 있는 만큼, 경제도 연착륙 중이라고 분석했다. 1월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협상도 중국의 양보 속에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으며 해소될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류 부원장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미국 내부의 경제 문제, 양국이 패권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올해 3월 이후에도 언제든 돌출할 수 있는 ‘암초’로 자리잡을 것이라 우려했다. 류 부원장을 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中 경제, 투자에서 소비로 변화 모색 중”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류 부원장은 “중국 낙관론은 내부에서도 공감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며 비교적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서구의 시각처럼 공황 국면으로 접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햇다.

2017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82조위안으로 전년 대비 6.7% 성장했다. 류 부원장은 작년 GDP는 90조위안, 전년 대비 증가율은 6.6% 수준을 기록하며 중국 정부가 제시한 ‘6.5% 내외’를 충족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어 그는 “2017년이 중국 경제의 정점이었고 현재는 방향을 탐색하는 시기”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감속한 6.4~6.5%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과 소비 부진 등으로 지난해 초반 중국 정부가 강조했던 긴축정책을 조정해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류 부원장은 “2018년 초반만 해도 중국 정부는 차입(레버리지)를 축소했지만 중소기업 자금 경색 등의 문제가 일어나자 10월 이후 유동성을 풀기 시작했다”며 “정책 덕분에 경제 자체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점은 류 부원장도 인정한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일어나며 중국 경제에 두 가지 불안 요소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3200선에서 거래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24.6% 급락했다. 류 부원장은 “주식시장이 위축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불안해졌다”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최근 약세를 탄다 해도 중국보단 안정된 모습”이라며 중국의 피해가 더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 원장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대미 수출을 하는 중국기업들이 최근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뒀던 한국이나 대만의 자본도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류 부원장은 중국 내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내수 소비의 힘이 커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나 수출이 없어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소득세를 감면했고 올해부터는 자녀교육, 의료비, 주거 등 6개 분야에서 소득공제에 나서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공산당이 투자보다 소비 위주의 정책을 내놓는 것은 중국이 내수 진작으로 경제 방향을 틀고 있다는 확실한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90일간의 무역 협상, 中 양보로 타결 될 것.

류 부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아 양국의 관세 전쟁도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류 부원장은 중국이 자동차 영역에서 큰 양보를 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자 25% 추가관세를 부과해 40%로 인상해 갈등을 키웠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는 1만대 미만이지만,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는 26만대로 큰 차이가 난다”며 이 조치가 미국에 ‘당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역시 관세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미국에 양보를 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급차 생산능력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만큼, 관세를 낮춰 국민의 욕구를 충족하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류 부원장은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강제기술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양보를 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공산당의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참여했을 당시, 외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초기 1년은 세금 면제를, 2년과 3년에는 감세를 약속하는 대신 일정 비율 이상 중국 부품을 사용하라는 각 지방정부의 요구가 빈번했다고 회고했다.

중국 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제조 과정에서 자국민의 참여도가 높아지며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상황이 증가한다. 그는 “개별 지방정부의 요구를 일원화하거나 삭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양보는 비교적 간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제조2025’나 국유기업 개혁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대로 정책을 폐기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봤다. ‘제조 2025’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유기업을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류 부원장은 “당이 경제 일부를 장악해야 하는 정치체제의 문제인 만큼, 국유기업의 수를 줄이라는 요구를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도 “혼합소유제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합소유제란 국유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민간투자자들이 참여하도록 해 국가와 민간의 공동 소유 구조로 만드는 방식이다. 지난해 국유 통신기업 차이나유니콤이 민간자본인 바이두, 징둥 등에 117억달러 규모 지분을 매각해 혼합소유제 1호 기업이 됐다.

다만 그는 3월까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매듭을 짓는다 해도 양국의 갈등 자체는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 부원장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하는데 급급해 90일이 지나자마자 무역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관세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이뤄지는 상황) 우려가 커지자 중국의 산업을 겨냥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양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서로를 견제하게 된 게 무역전쟁의 원인이란 설명이다.

류 부원장은 “올해 3월 관세를 둘러싼 갈등은 끝날지 모르지만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루이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 설정에 참여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의 성장 모델에 초점을 맞추며 정부 정책 자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초안을 작성 당시 정부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2년에는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밟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학자이며 주요 저서로는 ‘중국 경제 성장방식 전환과 정형화’ ‘사회경제발전 전략과 기획’ ‘국민경제학’ 등이 있다.

약력

△1960년 쓰촨성 청두 △1996년 인민대 경제학박사 △2003년 인민대 국민경제관리학과 주임 △2004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2008년~ 대만 중화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9년~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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