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h SRE][Cover]②부족한 정보로 투자…위험 키웠다

문제투성이 ABCP… “정상화 계기 삼아야”
  • 등록 2018-11-19 오전 5:15:00

    수정 2018-11-19 오전 7:37:41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연이어 불거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예견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한적인 정보에 의존해 투자가 이뤄지는데 제대로 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상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부분 사모 영역이라는 이 유로 한 발 떨어져 관망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자산에만 쏠리는 ‘묻지마식’ 투자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초자산 정보 미흡…관습적인 투자

ABCP는 회사채나 정기예금 등을 담보로 발행한 기업어음이다. 비교적 만기가 짧기 때문에 단기 자금을 유동하고자 하는 금융투자기관들이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ABCP 투자가 비교적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28회 SRE에서는 현재 ABCP 시장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국내외 기초자산 정보 미흡’이 118표(33.0%)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ABCP는 구조화증권의 특성상 기초자산의 신용 등급이 상환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관례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만기 가 1년 이내로 짧고 정기예금처럼 안정성이 높은 기초자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투자 가치를 판단하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다. ABCP 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유동화 구조와 기초자산, 위험요인, 통제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통상 평가보고서에는 신용등급 부여 근거와 향후 전망 등이 상세히 담겨 있지만 ABCP는 ‘기초자산의 신용등급은 무엇이다’ 정도가 전부”라며 “리스크를 따지기보다는 신용등급만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투자가 가 개별 기초자산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카타르국립은행(QNB)처럼 예상치 못한 익스포저가 불거졌을 때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 ‘사기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해외 기초자산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지에서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의혹이 나온 것이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자의 26.3%(94표)는 ABCP 시장 문제점의 원인으로 ‘해외부문 신용평가’를 들었다. 해외는 신용평가를 위한 정보가 제한적인데다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와 비교해 신용평가에 한계가 있어서다.

다른 자문위원은 “CERCG의 경우 재무제표 숫자상으로 멀쩡한 상태였는데 신용등급을 받고 나자 디폴트가 발생했으니 (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의도적이지는 않았더라도 신평 사가 리스크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깜깜이 공시에 익스포저 추산도 힘들어


ABCP 시장의 전체 규모나 투자 동향을 알려고 해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시장 자체에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이다. 자산유동화법으로 관리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달리 ABCP는 상법 상 기업어음(CP)으로 분류되고 사모로 모집하기 때문에 공시 의무가 없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해 1년 이상 ABCP는 공시를 하도록 했지만 현재 발행하는 대부분의 ABCP는 1년 미만이다. SRE 자문위원은 “사모인 CP를 공시한다면 공모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발행자측이 굳이 만기를 1년 이상으로 잡을 이유가 없다”며 “금융당국도 전체 ABCP 시장에 대한 리스크가 부담스러워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금융 감독원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ABS 발행 금액은 2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평 3사의 자체 집계결과를 보면 90조원 안팎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신평사가 추산한 ABS 발행 규모가 금감원보다 3배이상 많은 이유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ABCP 등을 통계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공개한 자료에도 기초자산의 종류나 지역별 분포 등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서 ABCP 종 목 조회가 가능하지만 그뿐이다. 발행일과 만기일, 발행금액 등 이 나열됐을 뿐 지역 등 분류별 조회나 전체 익스포저 등은 파악 할 수 없다. ABCP 종목명도 일정한 규칙 없이 제각각이어서 종목으로 검색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심지어 별자리를 넣은 종목도 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결국 신평사가 평가한 수많은 ABCP를 하나하나 다 열어보는 수밖에 없다”며 “터키 금융위기 우려처럼 특정 지역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지역별 발행 규모라 도 알 수 있다면 기관들의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높은 MMF 의존도 문제…제도 정비해야

단기 유동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수단인 MMF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쏠림도 문제라는 진단도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MMF 순자산 규모는 111조원에 달한다. MMF의 수익률은 통상 장부가로 평가하는데 일정 수준의 괴리율이 발생 하면 시가 평가로 전환한다. 손실 우려가 커질 때 최대한 빨리 환매를 해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MMF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최근 QNB 사태처럼 손실 우려가 커지면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MMF에는 한 종목에 1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편법이 가능해 특정자산 쏠림을 막기 힘들 다. 한 자문위원은 “ABCP의 차수만 변경해 다른 종목처럼 편입 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같은 기초자산을 담보로 한 ABCP를 담을 수 있다”며 “막상 조사하기 전에는 얼마 나 익스포저에 노출됐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ABCP 시장에 대한 잇단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선진화의 적기라는 의견도 많다. 신평사들도 중국 국유기업 등 해외 기초자산 신용평가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는 시각이다. SRE 자문위원은 “특정 ABCP 쏠림 현상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가 실제 채무불이행 같은 사태가 터졌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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