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의 그늘]"인맥도 스펙"…4명중 1명 가족·지인 추천으로 취업

취업준비생들 "중소기업 낙하산 취업 만연..박탈감 느껴"
중소기업들 "인재 확보, 낮은 이직율 등 인맥채용 불가피"
  • 등록 2018-10-12 오전 6:30:00

    수정 2018-10-12 오전 6:30:00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한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김모(29)씨는 2016년 200인 규모의 중소기업에 공채로 입사했다. 길었던 취업준비생 신분에서 벗어난 기쁨도 잠시. 김씨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함께 입사한 신입직원 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늬만 공채인 인맥채용이었다. 회사 간부들 소개로 입사한 동기들은 손쉽게 선호부서 자리로 옮겼다.

김씨는 “인맥으로 들어온 동기들이 실적내기 좋은 요직에 배치되는 걸 보면서 결국 뒤처지고 승진도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늬만 공채이지 알음알음으로 채용한다는 사실을 회사 직원들도 다들 알고 있지만 잘못됐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맥채용은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오랜 병폐다. 공채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에서도 사장님 소개로, 전무님 추천으로 입사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빽’ 없는 취업준비생들을 좌절케 하는 현실이다. 반면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우수인재 채용에 애를 먹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인맥채용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대졸 신입사원 4명중 1명 인맥으로 입사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 내놓은 ‘대졸자직업 이동 경로조사’에 따르면 취업자 3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경로조사에서 ‘인맥을 통한 입직’이라고 답한 비율이 24.2%나 됐다. 구직에 성공한 대졸자 4명 중 1명은 인맥으로 일자리를 구했다는 얘기다.

구직자들은 인맥으로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채용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한 회사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도 크다.

지난해 한 홍보회사에 입사한 황모(27)씨는 “올해 회사에 들어온 팀장과 몇몇 직원들이 대표의 친척이나 지인이라는 말이 돌아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어렵게 입사해 궂은 일을 다하는데도 회사에 쉽게 들어온 그들에 비해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아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지모(25)씨는 “어떤 기업에 지원을 해도 내정자가 있을 거라는 걱정이 생긴다”라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채용비리가 뒤늦게라도 드러나는데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채용비리가 만연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을 거란 생각에 좌절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채용비리 이슈가 터졌지만 작은 기업은 채용비리 이슈가 터지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문제의식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중소기업 “인재확보 위해 불가피” 항변

반면 기업들이 인재 확보와 잦은 이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맥채용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바이오 관련 중소기업인 A사는 최근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학과 전공자들을 구하기 위해 해당학과 출신인 임원이 직접 나섰다. A기업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에서 우수인재를 구하려면 인맥채용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 회사 안에 믿고 따를 수 선배가 있다는 걸 알면 충분히 대기업 입사가 가능한 재원도 중소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인 B사는 아예 내부 추천을 받아 직원을 채용하는 사내추천제를 운영 중이다. B사 관계자는 “추천을 통해서 입사한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업무능력이나 조직 적응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공채로 선발한 직원들은 이직할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회사를 옮기지만 추천으로 들어온 사원들은 상대적으로 이직율이 낮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부장은 “중소기업, 특히 제조 분야에서는 구인구직 업체를 통해 365일 상시모집을 해도 인력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중소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의 지역, 출신학교 등 주변인맥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 대기업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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