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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평생 예술의 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오현경, 콘서트투어로 세계를 사로잡은 아이돌그룹 엑소. 예술계의 과거·현재·미래가 한자리에 선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장르와 영역의 구분을 과감히 깨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문화대상’을 지향해온 ‘이데일리 문화대상’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과 갈라콘서트는 세대와 취향의 차이를 뛰어넘어 대중을 하나로 만드는 문화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연극·클래식·무용·국악·뮤지컬·콘서트 등 6개 부문에서 2016년을 빛낸 단 한 편씩의 작품들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예의 대상은 클래식부문 ‘백건우의 선물’에게 돌아갔다.
6개 부문 54명의 공연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단의 심사(60%)와 일반인의 온라인투표(30%), 이데일리 문화대상 운영사무국의 평가(10%)를 합산한 결과 ‘백건우의 선물’은 콘서트부문의 ‘엑소 플래닛 3 -디 엑소디움-’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문화대상에서만 볼 수 있는 클래식 거장과 아이돌가수의 흥미진진한 대결이었다. 고민 끝에 문화대상은 클래식 거장의 손을 들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60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거장의 ‘예술혼’을 존경하는 뜻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올해 대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함께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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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기획사 빈체로가 주최한 ‘백건우의 선물’(2016년 9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특히 나이를 먹어도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준 백건우의 완숙한 연주력이 빛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곧은 예술인생을 살아온 거장의 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였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흔치 않은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단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호사로운 취미로 여겨온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점에서 대상자격이 충분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백건우는 클래식이 접하기 어려운 문화가 아니라 듣는 이 모두가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음악임을 보여줬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교감과 감동에 초점을 맞춘 문화대상 취지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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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수상작의 면면을 보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는 한국문화의 저력이 드러났다. 콘서트부문 ‘엑소 플래닛 3 -디 엑소디움-’은 해외아티스트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의 연출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 음악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어반자카파, 현 시국을 반영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문화제 등 다른 후보도 막강했지만 그럼에도 ‘엑소 플래닛 3 -디 엑소디움-’은 한한령 등 한류가 위축되는 분위기에서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월드투어로 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해외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예술가의 고뇌가 단단한 결실을 낸 공연도 있었다. 무용부문 ‘워크2S’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프랑스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로 한국발레계에 큰 성과를 남긴 무용수 김용걸이 안무가로서 발레와 춤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단은 “세계 최고 무용수로서의 경험을 피와 살로 구현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오현경·엄홍현 특별부문 수상…문화의 힘 확인
이날 시상식에선 공연예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문화인과 미래의 공연계를 이끌어갈 문화인도 선정해 함께 축하했다. 특별상 부문의 공로상과 프런티어상이었다. 공로상은 배우 오현경에게 돌아갔다. 1955년 고교 3학년 시절 연극계에 첫발을 디딘 그는 60년간 배우의 길을 걸어온 한국연극계의 산증인이다. 지난해에는 팔순 나이에 연극 ‘언더스터디’에 출연해 치매를 앓는 노배우로 자신의 연기인생을 온몸으로 연기했다.
프런티어상은 ‘몬테크리스토’ ‘레베카’ ‘팬텀’ 등 대작 뮤지컬로 한국뮤지컬 시장을 견인해온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에게 돌아갔다. 엄홍현은 지난해 제작비 250억원(EMK 100억원·해외 프로덕션 150억원)을 투자한 첫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의 초연을 올리며 한국뮤지컬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