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혁개방 40주년]시진핑, 덩이 밟은 길 걸었지만…깊어지는 시름

시진핑, 민영기업 만나 지지표명…'사정칼날' 재산권 우려 심각
도광양회 폐기 후 굴기 본격화…패권추구에 美 견제 가중
"개혁개방 40주년 그림서 덩샤오핑 보다 커진 시진핑"…1인 체제 계속될듯
  • 등록 2018-11-13 오전 7:49:44

    수정 2018-11-13 오전 7:49:44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으며,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개혁·개방을 천명하며 사회주의의 틀에 사적 경제의 요소를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는 의구심에 찬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봤지만 중국은 막대한 인구와 토지,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2018년, 중국은 여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주의의 틀 안에서 창의성과 활기를 불어넣던 민영기업이 쇠퇴하고 있고 밖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부터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행보를 되짚듯 광둥성 주하이와 선전, 상하이 등을 방문해 기업 활동을 독려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이달 말 회동에 나서는 등 ‘위기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덩샤오핑 시절의 개혁개방 정신이 쇠퇴하는 가운데 시진핑 1인 체제를 내세우며 굴기만을 앞세우는 상황에선 위기론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영기업이 위태롭자…활력 사라진 中 경제

시 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마화텅 센텐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52명의 민영기업가를 만나 “비(非) 공유제 경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우리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민영 경제는 장대해지고 더욱 넓은 무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13개 부처 장관도 함께했다. 시 주석이 민영기업인과 경제부처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부른 것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 민영기업가들의 당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채를 옥죄는 정책을 펴는 가운데 민영기업이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이어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더해지며 민영 기업들의 경영 악화가 가중되자 국유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에 나서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올 초부터 10월까지 중국 상장사 중 민영기업에서 국유 자본으로 최대 주주가 바뀐 기업은 40개에 이른다.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 역시 민영기업 달래기에 열중하고 있다. 류 부총리는 “민간기업의 발전이 없으면 전체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도 없다”면서 “민간기업에 대출하는 게 정치적으로 위험하다는 인식과 행위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거들었다.

중국 금융당국도 민영기업을 강화하는 조처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중국판 ‘나스닥’과 같은 커촹판을 개설해 민영기업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기업공개(IPO) 역시 2016년 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등록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민영기업의 자금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정치 구조의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주석직에 오른 후부터 반(反)부패 사정작업을 강화했다. 공산당 내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민영 기업가들도 무더기로 연행되거나 재산을 몰수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업가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사라지는 단점도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홍콩인 사업가 류시융(劉希泳)은 중국 검찰 관계자들로부터 조사를 받다 고문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공유경제가 주축이었지만 민영기업들을 활성화해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경제체제를 마련해 온 중국 특유의 개혁개방이 여기서부터 삐걱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도 이를 의식한 듯 기업인들의 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권력 집중화가 이어지는 한,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이어진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텐쪄경제연구소는 “공권력이 사유재산을 무작위로 박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8가지 두려움 중 첫 번째가 재산권에 대한 우려라고 꼬집었다.

무역전쟁의 핵심은 ‘패권’…中 부상이 불편한 서구

민영기업의 활동이 주춤하며 경제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무역 불균형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설전을 하던 양국은 결국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고 산업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타격을 맞았다. 특히 중국은 3분기 성장률이 6.5%에 머물며 9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수입을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며 미국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핵심은 통상이 아닌 ‘패권 전쟁’인 만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중국이 ‘제조2025’를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업 대국으로 성장하려 하자 미국이 견제에 나선 만큼, 미국으로선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시 주석은 2012년 미국을 방문, 외교 전략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패권을 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했다. 덩샤오핑이 주장하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름)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후 중국은 제3세계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강화하고 내부로도 IT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강화하는 제조2025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에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리샤오 길림대 경제금융대학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우리는 완전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미국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며 도광양회 전략을 폐기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국의 부상과 굴기를 강조하는 시 주석의 움직임은 이번 남순강화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를 찾아 “제조업의 핵심은 혁신이고 이는 곧 핵심기술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덩샤오핑의 경우 개혁개방을 고취하는데 주력한 반면, 시 주석은 기술자립, 중국의 부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팎에서 들려오는 잡음에도 중국은 시진핑 중심의 1인 체제에 당분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개혁개방 40주년 평론에서는 실용주의 노선을 출범시킨 덩샤오핑에 대한 내용은 일절 없고, 시 주석의 의지를 따르자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다시 마오쩌둥의 1인 독재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그림’에서도 시 주석의 초상이 덩샤오핑보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오늘날 중국이 삐걱대는 이유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