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청문회 관전기]②실사보고서 믿고 땜질…근시안적 접근 개선해야

"실사보고서, 금과옥조 아냐…사회후생관점서 다각도 검증 거쳐야"
"대마불사 인식에 따른 도덕적 해이 발생…청산절차 실행력 갖춰야"
  • 등록 2016-09-09 오전 8:21:43

    수정 2016-09-09 오전 8:44:24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삼정KPMG가 클락슨 등 전문기관 의견을 참고해 실사한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예상액은 115억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실제 수주액은 10억달러밖에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틀린 전망이지만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8일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 임종룡 금융위원장)

“믿을 건 회계법인 실사보고서뿐?…다각도 검증 거쳐야”

기업 구조조정에서 기업 부실을 미리 파악한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는 일종의 헌법처럼 인식된다. 실사보고서의 정확성에 의문이 들더라도 구조조정 의사 결정자들이 일단은 이를 믿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실사보고서는 기업의 부실을 정밀하게 살펴본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회계 분야엔 비전문가인 금융당국이나 채권은행 관계자들이 회계전문가들이 작성한 실사보고서의 정확도를 검증하는 데도 분명 한계는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한계로 회계법인의 실사나 감사 결과를 채권은행, 증권사, 금융당국 등이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업과 회계법인간 갑을 관계 등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한다면 실사나 감사를 거친 재무정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사보고서는 회계법인도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실사 용역을 의뢰한 곳을 위해 작성하는 참고자료일 뿐이기 때문에 이를 행정적 의사 결정의 절대적인 근거로 삼다보면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빅4 회계법인에서 실사 경험이 있는 한 회계사는 “회계감사를 하는 회계사는 갑(甲)인 기업에 의견거절이라도 낼 수 있지만 실사 담당 회계사는 용역을 맡긴 곳의 눈치를 잘 살펴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청문회 자리에서 “(회계법인) 실사는 답을 만들어놓고 가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선 대우조선에 대한 삼정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가 신규 수주 예측을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대우조선은 물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수조원대 영업손실이 지난 2013년부터 이미 현실화하고 신용평가사들이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을 급격히 하향 시키고 있는 데다 권위 있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예측하는 국제 유가 수준도 저유가에 머무르는 상황이었다면 실사 회계법인이 세운 가정이 현실성이 있는지 다각도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할 때도 실사보고서 상의 현금부족액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연관 효과 분석도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부가 유동성 지원 규모를 결정할 때는 기업이 정상화된 이후의 예상 수익률이나 공적자금 투입 이후에 고용이 유지되고 전·후방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연관 효과 등 사회적 후생이 앞으로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공적자금 지원 규모보다 웃도는 지,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지 등을 수차례 모의 실험을 해 본 뒤에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반 영향 분석 있었나?…부당 보조금 지급 행위 소지도 검토 필요”

구조조정에 대한 근시안적 접근 방식을 개선하는 데는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에 대한 검증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 자체는 물론 철강, 해운 등 전후방 업종에 미칠 영향 분석까지 아울러 산업 전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일본은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노력에만 매진하고 산업 구조 전체를 혁신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오랫동안 경제 전반의 활력을 잃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국책은행이 현금 부족액을 매워 주고 다시 세금으로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구조조정 방식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점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하이닉스 디램 상계관세 분쟁과 유럽과의 조선사 보조금 분쟁 등에서 잇따라 승소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행위는 특정기업에 시장거래에서 얻을 수 없는 특혜를 주는 행위로 인식되면 통상마찰의 가능성도 있다.

“대마불사로 인식되면 도덕적 해이 발생…청산절차 실행력 갖춰야”

회복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한 청산이 임박하면 기업 청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 대한 피해까지 폭넓게 계산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을 등에 업고 지역 정치인까지 합세해 정부를 압박하면 쉽사리 기업 청산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조선업과 같은 외부 효과가 큰 기간산업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때문에 대마불사란 인식이 퍼지면서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게 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실을 키우는 데 책임이 있는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명확한 손실 부담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정부의 청산 절차가 빈말이 아니라 실행력을 갖춰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전략적인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생 가능성이 낮거나 이미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지원 신청 자체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청산 기준도 마련해 기준에 미달하면 엄정하게 청산 절차를 집행할 수 있는 규정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 [서별관청문회 관전기]①부실한 회계정보가 기업부실 키운다
☞ [서별관청문회 관전기]③쇄신 시급한 서별관회의…전문성·투명성 보완
☞ [서별관청문회 관전기]④구조조정 논하면서 실업대책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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