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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추석 직후 재정정보원 감사 착수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27일 서울 중구 퇴계로 재정정보원을 방문해 기관감사 시기·내용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기관감사는 빠르면 이달 말부터 내달까지 4주간 진행될 전망이다. 재작년 7월 개원한 재정정보원은 지난해 채용비리, 올해 시스템관리 문제로 잇따라 감사를 받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감사는 김 부총리에게 보고된 뒤 진행되는 것”이라며 “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 관리 실태, 시스템 관리소홀 문제, 직원들의 규정 이행 실태 등을 전반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재정정보원이 감사를 받게 된 것은 심재철 의원의 정보유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앞서 심 의원실은 지난 3일부터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내 재정분석시스템(OLAP)의 비인가 행정정보를 열람한 후 지난 5일부터 다운로드를 했다. 재정정보원 직원들은 지난 14일에 심 의원실을 방문해 자료 반납을 요청했지만, 심 의원은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등의 정보는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자료”라며 반납을 거부했다.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국회 기재위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기재부는 고발 사유에 대해 “보좌진들이 2018년 9월 초순경부터 상당 기간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개 정부 기관의 47만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 및 다운로드 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와 별도로 기재부 감사에선 관리책임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 측 불법 여부와 별개로, 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국가재정 관련 시스템이 무방비로 뚫린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뒷북 대응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심 의원실이 지난 3일부터 비인가 자료를 열람했는데 재정정보원이 심 의원실에 자료 반납을 공식 요청한 건 지난 14일이었다. 11일간 유출 사실을 몰랐거나 묵인·뒷북 보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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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지난 8월 취임한 김재훈 재정정보원장의 관리책임 문제가 우선 불거질 수 있다. 시스템 정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대응했는데 심 의원실의 무리한 접속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심 의원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와 기재부 감사 결과가 각각 어떻게 나올지도 관건이다. 김 부총리에 대한 관리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
심 의원은 통화에서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이 보안 의식이 없었던 것”이라며 “정부가 정보 관리를 실패해 놓고 의원 측에 ‘도둑놈’이라고 소리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부의 검찰 고발, 압수수색은 국민의 알권리를 틀어막자는 것이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고발을 취하하고 압수수색과 예산의 불법집행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낱낱이 공개해 국민의 세금이 절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재정정보원이 사이버안전에만 21억3000만원을 사용하면서 보안 관리는 엉망이었다. 역대 원장 2명 모두 기재부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며 “재정정보원의 존속 이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고 필요 없다면 과감히 줄여나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심 의원 측을 겨냥해 “비인가 구역까지 들어와 방대한 양을 다운로드 받고 반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검찰이) 그 경위를 정확히 조사한 뒤 결과에 따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정보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심 의원 측이 조직적, 반복적,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는지 수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