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은 폭행·협박 등 강제성 있는 경우에 성폭행으로 판단해 기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원은 상대적으로 보다 피해자 입장에서 판결을 내린다. 피해자가 적극적·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성폭행이란 게 기존 판례다.
성폭행 피소 박유천 무혐의…“폭행 협박 등 강제성 없어”
유사한 사례로 가수 박유천(31)씨의 유흥주점 여성 등 성폭행 피소 사건이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을 수사한 뒤 박씨의 성폭행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고소여성 중 1명과의 성관계에 대해선 성매매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성폭행)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경찰은 박씨가 여성들과의 성행위에서 폭행과 협박 등에 따른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해 이렇게 처분했다.
강제성 여부 판단의 핵심은 가해자가 성관계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했는지와 만약 가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등이다. 아울러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난 경위, 성행위 당시 상황, 성행위 종료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단순히 한 쪽이 성관계에 반대하는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는 다른 한 쪽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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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술을 마시며 어울리던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인 A(38)씨와 터키인 B(2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피해 여성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으며 폭력·협박 등이 없이 묵시적인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가해 남성들의 억압 정도가 다소 미약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법원 측은 이 판결에 대해 “판명이 어려운 사건의 경우 남성이 아닌 피해 여성이 인식한 바를 기준으로 성폭행 성립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강제성 요건을 완화해 해석하고 있다고 법조계는 분석한다.
한샘 사건 재고소 시 강제성 입증할 증거 인정이 관건
경찰은 한샘 여직원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3월 남성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넘겼다. 해당 남성은 검찰에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만약 피해 여성이 재고소를 할 경우 성폭행 범죄의 강제성을 나타낼 직접 및 정황 증거가 어느 정도 인정될 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 소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최근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 대법원이 성폭행 학부모들이 모든 범행에서 공모했다고 판단하는 등 사법부는 성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형사사건에선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제시가 필수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과는 다른 수사결과나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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